고압적인 말투·반말·욕설까지…양보·배려 보다 불쾌감 일으켜
처벌 기준 모호해 단속 어려워

뒷 차량의 배려를 요구하는 차량용 스티커가 되려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포항시 북구에 거주하는 연모(34)씨는 얼마 전 퇴근길에 겪은 불쾌한 경험 이후 초보운전자 배려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저녁, 연씨는 퇴근 차량으로 가득한 편도 4차선 도로에서 작은 틈이 보일 때마다 무작정 끼어드는 한 차량을 만났다.

억지 차선변경은 기본이며 급발진 및 급정거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계속됐다.

이윽고 이 차량은 연씨의 앞으로 끼어들었고 뒷유리에는 ‘뭘봐? 초보첨봐?’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연씨는 “10여년 간 운전하면서 이렇게 위험하게 운전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특히, 뒷 차량 운전자를 자극하는 스티커를 보니 더욱 기분이 나빴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사용하는 이유는 서로 안전운전을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최근 혈액형 등 다양한 정보 전달을 비롯해 개성을 뽐낼 수 있는 다양한 차량용 스티커들을 부착한 차량이 심심찮게 보이는 가운데 다소 자극적인 내용으로 주변 운전자를 불쾌하게 만들어 갈등을 일으킨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

뒷 차량의 배려를 요구하는 차량용 스티커가 되려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운전경력이 비교적 짧은 운전자들은 일반적으로 ‘초보운전’ 등의 스티커를 붙여 뒷 차의 배려와 양해를 구한다.

하지만 몇몇 스티커들은 고압적인 말투 또는 반말, 심지어는 욕설까지 쓰여있어 운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고마온나, 마이 붙었다 아이가’, ‘아기가 자는데 빵빵하면 깨요? 안깨요?’ 등이 적힌 차량용 스티커 사진이 올라와 누리꾼들이 공감하기도 했다.

다양한 스티커 사용에 대해 차주의 자유라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운전자의 운전을 방해하거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수준의 스티커 부착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체로 많다.

직장인 황모(33·여)씨는 “도로 위에서 상대 운전자를 자극할 수 있는 스티커가 붙은 차량을 보면 ‘난 초보운전이니 넌 신경 쓰지 말고 갈길 가라’는 의미로 보인다”며 “양보와 배려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로교통법 42조 1항에 따르면 혐오감을 주는 도색이나 표지 등을 한 자동차를 운전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혐오감을 주는 그림이나 욕설, 음란 행위를 묘사한 그림 등을 차량에 부착할 경우 3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혐오감’에 대한 정확한 판단 기준이 없다 보니 실제 단속으로는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욕설 또는 상향등 복수 스티커 등을 부착한 차량의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라면서 “다만, 차량용 스티커는 불법 도색이나 표지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 기준이 애매한 점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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