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이 세계 경제를 수렁으로 몰고 있다. 미국의 증시가 세계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붕괴 직전의 흐름과 매우 유사하다. 지난 14일에는 한 때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채권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일시적 금리역전 현상이었지만 전 세계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떨었다. 미 국채 3년물과 10년물의 수익률이 역전되면 2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역시 국고채 장단기 금리 격차가 11년 만에 가장 줄어들었다.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고 있다. 4위 경제 대국 독일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1% 감소하는 역성장을 했다. 여기에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합의 도출 없이 EU 탈퇴)’, 격화하고 있는 ‘홍콩 시위’는 경제 불확실성에 기름을 붓는 악재들이다. 이탈리아 연정붕괴와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변수다.

‘R의 공포’ 다음 단계는 ‘D(deflation)의 공포’다. 디플레이션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폭락하거나 통화량 축소로 인해 물가가 떨어지며 경기를 악화시키는 현상이다. 자산가격이 떨어져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다.

‘D의 공포’ 다음에는 ‘L(lay off·해고)의 공포’다. 미-중 무역 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미국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애플, 테슬라를 비롯한 첨단 기업부터 포드, GM 등 장치산업인 자동차 업체까지 감원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이 같은 R-D-L의 공포는 남의 일이 아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은 더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된다. 미-중 고래싸움에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우리 경제가 삼각파도를 맞고 있다. 정부가 인정한 경기 부진이 벌써 5개월째, 수출은 9개월째 내리막이다. 여러 해외 투자은행이 우리 성장률을 1%대로 낮췄다. 심각한 비상상황이다. 이런데도 정부 인식이 안이한 것 같아 공포스럽다. 또 다시 국민을 금 모으기와 같은 국면으로 내몰지 않게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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