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사회라면 아동학대 좌시 말아야
성숙한 사회라면 아동학대 좌시 말아야
  • 연합
  • 승인 2019년 08월 20일 15시 2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20일 화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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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이 132명에 달한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이 아동학대로 숨졌다. 작년이 재작년에 비해 줄긴 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늘어나는 쪽이다. 2018년 전체 아동학대 판단사례는 2만4천604건, 실제 학대받은 아동수는 2만18명이었다. 신고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임을 감안하면 매우 심각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사망에 이른 아동은 대부분 1세 이하의 영아였다. 지난해만 봤을 때 0세 10명, 1세 8명, 4세 2명, 5세 2명, 6세 1명, 7세 2명, 8세 1명, 9세 2명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가해자는 주로 친부모였다. 친모가 16명, 친부 9명, 보육 교직원 3명, 아이돌보미 1명, 친인척 1명으로 집계됐다. 영아들은 어린이집에도 못 보내고 부모가 양육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친자식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학대하는 이유는 뭔가. 원치 않는 임신, 양육지식 부족, 극심한 경제적 스트레스 등이 학대 원인으로 지목된다. 철모르는 젊은이들이 덜컥 임신을 하고, 부양 능력은 없이 자녀를 낳은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다.

이 통계수치만으로도 가슴 아픈데, 현실은 더 심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학술지에 실린 논문 ‘법의부검자료를 기반으로 한 아동학대 사망의 현황과 유형’을 보면 2016년 만 0~18살 아동 사망자 2천500명 가운데 부검 명령이 내려진 건 341명으로 부검률이 13% 수준이다. 부검자 중에서 최소 84명에서 최대 148명은 학대로 인한 사망이거나 학대와 연관된 사망으로 나타났다. 부검을 하지 않아 사망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사례도 무척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영아는 가장 약한 존재다. 누군가 보살펴주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학대를 해도 학대인지조차 모른다. 이렇게 약한 존재를 학대하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고등동물들은 새끼를 낳으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먹이를 구해주고 야생환경에서 생명을 잃지 않도록 돌봐준다. 새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자기보다 강한 포식자와 싸우는 경우도 흔하다. 미물조차 이럴진대 인간이 자식을 낳아 가혹하게 학대하거나, 이를 사회가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신체적 학대 외에 정서적 학대, 지나친 방임도 모두 아동들에게는 지극히 위험한 행위가 된다. 이렇게 학대를 받고 자란 어린이는 성인이 된 뒤에도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아동학대 신고체계를 더 정교하게 정비하고, 부모들이 자녀를 고의로, 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학대하지 않도록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생각도 깨야 한다. 아동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 극심한 경제적 스트레스를 겪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는 한편 임신·출산 시 사회가 함께 책임진다는 성숙한 복지 시스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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