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 간이해변 백사장에서 멸종위기종인 푸른바다거북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나이가 50~60살 정도라고 한다. 푸른바다거북이의 평균 수명이 100년 이상이라고 보았을 때 아직은 한참 동안 우리 바다를 헤엄쳐 다녀야 할 나이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득 미드웨이 섬과 그 섬을 최대 번식지로 하고 있는 알바트로스와 환경 생태 작가 크리스 조던의 사진 작업이 오버랩 됐다. 아울러 의성 지역의 쓰레기 산이 함께 떠올랐다. 직접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겠지만 해변에 밀려온 거북이의 모습이 마음 편하게 잊어버려도 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 조던의 카메라 앵글은 죽은 새의 배를 가득 채운 플라스틱과 함께 우리 인간의 환경 의식을 정조준하고 있다. 플라스틱 본래 모습을 알 수 없을 만큼 잘게 부서진 조각들, 상표 이름이 선명한 비닐조각, 단추와 병뚜껑, 누군가의 손에 있었을 라이터, 칫솔까지 나왔다. 쓰레기는 알바트로스의 뱃속을 채우고 채우다 끝내는 목을 조이고 말았다. 용한리에 밀려온 거북이도 곧 죽은 원인을 알아보고 박제 뒤에 연구 자료로 활용할 거라고 한다. 문제는 죽은 원인이다. 미드웨이 섬의 알바트로스처럼 거북이의 뱃속에 플라스틱이나 비닐 조각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은 아닐까. 신선한 해초와 해파리를 먹어야 할 거북이가 인간이 버린 비닐과 플라스틱 조각을 먹은 것은 아닐까. 이제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동해안을 찾은 관광객 수가 예년만 못하다고 한다. 그에 따른 경제적 손익을 계산하기 전에 쓰레기와 희생되는 생명에 대한 책임부터 따져야 한다.

경북도에서 불법투기와 방치폐기물에 대한 강력 대응에 나선다는 소식이 들린다. 시의 적절한 조치이다. 지난 20일 도청에서 도와 시군 불법폐기물처리 담당 과장 대책 회의를 하고 방치폐기물 발생이 우려되는 폐기물처리업체에 대한 지도·점검을 강화하고, 위반 업체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강력하게 조치키로 했다. 이와 같은 행정 조치와 함께 환경에 대한 시민운동이 병행되기를 기대한다. 시민이 솔선수범하는 환경 운동과 함께 불법폐기물업체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감시와 감독의 역할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시민의 고발에 따른 신속한 행정 지원과 조치가 연계될 때 결과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곳곳에 산재한 쓰레기산과 방치 폐기물에 대한 신고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신고를 무시하거나 안일하게 처리한 행정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령을 끌어오고, 허용기준을 따지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우리의 국토는 오염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체는 멸종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지구 생명체가 하나둘 사라지고 난 그 끝에는 어떤 생명체의 멸종이 기다리고 있을까. 생각해도 끔찍하다.

쓰레기와 폐기물은 경제적 이득을 따지기에 앞서서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며, 시각을 다투는 사안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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