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법인카드로 비자금 조성에 대한 소득세 부과
대구은행, 아파트 재산보전처분 추진 등 구상권 행사 나서

비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전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경북일보 DB.
비자금 횡령과 채용비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인규(65) 전 대구은행장이 자신의 아파트마저 내놔야 할 처지에 놓였다. 13억 원 상당의 ‘소득세 폭탄’ 때문이다. 박 전 행장은 대구은행 법인카드로 32억122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한 뒤 환전하는 수법으로 비자금 20억1620만 원을 조성한 뒤 일부를 개인용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21일 대구은행 등에 따르면, 대구지방국세청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1월까지 대구은행에 대한 정기세무조사를 벌였고, 32억 원 상당의 상품권 자체가 당시 대표자인 박 전 행장의 소득으로 판단했다. 3월에 13억 원 상당의 소득세 부과 처분을 내렸는데, 이 돈은 대구은행이 지난 4월 10일 모두 냈다. 원천징수의무자이기 때문이다. 소득세법상 근로 소득 등 원천징수대상으로 되는 소득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원천징수의무자는 월급 등을 줄 때 해당 금액의 소득세액을 원천징수해서 일정한 기간 내에 국가에 내야 할 의무를 지닌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상품권 깡’으로 구매한 상품권을 대구은행을 위해 쓴 것도 있고, 박 전 행장 개인용도로 쓴 금액도 있어서 귀속이 불분명해서 세무당국이 당시 대표자인 박 전 행장의 개인 소득으로 간주해 40% 가까운 세금을 부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전 행장을 대신해 13억 원의 소득세를 낸 대구은행은 박 전 행장을 상대로 일종의 구상권 행사에 들어갔다.

먼저 박 전 행장에게 지급해야 할 성과금과 퇴직금 등을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수준에서 압류해 추징했다. 13억 원 가운데 일부다. 그래서 대구은행은 박 전 행장 소유인 대구 동구 신천동 소재 7억 원 정도에 매매되고 있는 181㎡ 규모의 아파트에 대해 법원에 재산보전처분 신청을 준비 중이다. 아파트를 최종 압류하기 위해 법원에 가압류 신청을 하는데, 법원 확정판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박 전 행장이 아파트를 팔아버리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해 4월 30일 구속된 박 전 행장은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1년 6월의 형이 만료되는 시점인 10월 말께 구속취소로 출소하게 된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박 전 행장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해서 변호사비용 등을 충당한 탓에 실제 압류를 하더라도 실익은 크게 없어 보인다”면서도 “박 전 행장은 가혹하다고 여길지는 모르지만, 이런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회사 관계자가 배임죄로 처벌받게 된다”고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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