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장미
  • 송찬호
  • 승인 2019년 08월 22일 14시 37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23일 금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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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둥을 흙 속에 심어놓고
그게 무럭무럭 자라
담장의 장미처럼
붉게 타오르기를 바랐으나

천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로만 훌쩍 커
하늘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그때부터 나는 헐거운 사모(思慕)의 거미줄을 쳐놓고
거미 애비가 되어
아침 이슬을 모으기 시작했다

언젠가 창문과 지붕을 흔들며
천둥으로 울면서 돌아온다면
가시를 신부 삼아
내 그대의 여윈 목에
맑은 이슬 꿰어 걸어주리라





<감상> 천둥을 흙속에, 아니 마음속에 심어놓고 장미처럼 붉게 타오르기를 꿈꾼다. 그럼 스케일이 큰 천둥은 무엇일까. 단숨에 이루어질 수 없는 꿈, 희망, 사랑, 평화일 것이다. 천둥은 장미처럼 자라지 못하고 하늘로 돌아가 버렸으니, 쓰라린 좌절을 맛보는 게 인생이다. 그리움의 거미줄을 쳐놓고, 맑은 이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며 기다린다. 너무나 간절하면 이루어지니까. 그대(천둥)가 오는 날, 장미는 신부처럼 활짝 꽃을 피울 것이고 그대와 한 몸이 되리라.<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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