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오는 27일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체제가 출범한 지 6개월을 맞는다. 이 기간에 국민의 뇌리에 뚜렷하게 떠오르는 한국당과 황 대표의 대표적 정책과 이슈가 무엇인지 잘 떠오르질 않는다. 그저 있으나 마나 정도의 여타 군소 야당들처럼 정부 여당 정책에 대한 원내대표와 대변인의 관례화 된 비판 발언만 있을 뿐 거대 제1야당의 존재감이 보이질 않는다.

황 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 국내외에 많은 이슈들이 생겼다.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간 하노이 정상회담, 트럼프와 김정은의 이벤트성 판문점 회담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한·일간 경제전쟁, 친일논쟁, 문재인 대통령의 ‘내로남불 인사’, 남북평화경제 발언과 경제·노동문제 등 숱한 이슈들이 쏟아졌다. 황 대표나 한국당이 이들 문제에 대해 얼마만큼 대안 있는 정책들을 내어놓고 정부와 집권여당을 상대로 집요하고 끈질기게 싸워온 이슈가 몇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정부 여당이 던져놓은 의제나 이슈만 쫓아다니는 ‘반사적 정당’에만 머물러 왔다. 정부 여당의 이 같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황교안과 자유한국당의 존재감은 국민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항간에는 황 대표를 향해 과거 김영삼, 김대중 같은 대여투쟁의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 심지어 2030세대는 한국당을 ‘꼰대정당’ ‘보수꼴통 정당’으로 정의를 하고 있다. 황 대표에 대해서는 ‘공감 없는 대표’, ‘화초 대표’, ‘금수저 대표’ 등으로 부른다. 2030세대로부터 이런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말로만 ‘청년정당’을 부르짖어 본들 이들에게는 냉소의 대상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2030세대는 인스타(인스타그램)로 넘어갔는데 한국당은 5060세대의 페이스북 눈높이에서 청년들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2030세대의 상당수는 아직도 한국당을 얘기하면 ‘박근혜 탄핵된 그 당?’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당이란 정당 이름조차 기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다 보수 지지층에서도 한국당의 현재 모습이 ‘친박, 비박’의 집안싸움에다 난국을 풀어나가는 비전이 보이질 않는다고 한다. 한국당 적극 지지층도 이런 모습에 ‘한국당의 한계’라고 한숨을 쉰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김무성 의원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의 미래와 보수통합’ 토론회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김무성 의원 간의 ‘박근혜 천년저주’ 설전 같은 논쟁은 국민들로부터 공분만 살뿐 백해무익한 논란일 뿐이다. 왜 한국당은 이토록 박근혜 치마폭에서 벗어나질 못할까. 2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과거타령에 치우쳐 ‘네탓, 내탓’만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서 황교안 당 대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력한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데 황 대표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이런 상태로 가면 집권 민주당은 내년 총선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한국당의 내분이 민주당에게 몰표를 몰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8개월 남은 21대 총선을 지금 치른다면 한국당은 ‘필패’뿐이다.

한국당이 살아남을 길은 자유 우파의 깃발을 높이 들고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의 좌 편향 정책의 잘못을 드러내어 국민에게 실상을 알리고 지속적으로 진보정책의 편향성을 지적해야 한다. 또한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한국당만의 의제와 이슈를 만든 마당에서 집권 여당을 끌어들여 승부를 걸어야 한다. 야당이 야당다운 모습을 보일 때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는 것이다. 국민의 귀에 못이 박이게 주창해온 보수통합 같은 식상한 구호는 지금은 선창할 때가 아니다. 목소리가 크고 막말을 한다고 해서 야당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몸집을 탄탄하게 해야 한다. 황교안 대표는 24일 ‘대한민국 살리기 구국 투쟁’을 전개하는 강력한 대여 투쟁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 민생, 외교, 안보는 물론 법치, 통합, 공정, 평등 같은 자유민주주의 기본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는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 지적대로 경제, 외교, 안보 분야에서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 예상과 달리 2% 이하로 머물게 될 상황이고, 한·일 경제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를 장기전 모드로 접어들었다. 설상가상 남북 관계 또한 좀처럼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꼬이기만 한다. 정부가 비판받아 마땅한 상황이다. 황 대표의 대여투쟁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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