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탁상공론식 소재부품 산업 육성은 안된다
[데스크칼럼] 탁상공론식 소재부품 산업 육성은 안된다
  •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 승인 2019년 08월 25일 15시 36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26일 월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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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대학 4년 때 수업 도중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여러분 중에 언론사에 가는 사람이 있으면, 기술에 대해 좀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다뤘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그 교수는 금속공학, 말하자면 지금의 소재 부품 분야의 밑바탕을 가르쳤다. 일본의 수출규제 압박이 우리의 목을 조여오고 있는 이즈음 소재 부품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교수님의 촌철살인이 새삼 떠오른다.

첨단소재를 개발해 제품을 만들고 상품화하기까지 최소한 몇 년에서부터 수십 년이 걸린다. 더욱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내놓기까지 결코 쉽지 않다. 2001년 김대중 정부는 부품·소재특별법을 제정했다. 이어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소재산업의 경쟁력 제고 종합대책을 통해 2018년에 세계 4대 부품소재 강국에 오르겠다고 발표했다. 부품 수출 5000억 달러, 소재 기술 수준 90%(선진국 대비) 달성을 목표로 했다. 그런 이후 지금까지 부품 소재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연구개발에 5조4000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통해 본 대한민국의 부품·소재 수준은 초라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한국은 내로라 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국가다. 하지만 반도체 제품의 국산화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제품을 개발해도 그것을 테스트할 수 있는 장비가 국내에는 없다는 것이다. 개발자들은 제품을 테스트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바다 건너 저 멀리 벨기에까지 가야 하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대학에 소재 부품 전공을 확대한다고 한다. 이것도 섣부른 정책이다. 기존에 소재부품과 관련 있는 대학에 투자부터 늘리는 게 우선이다. 소재 부품산업은 물리 화학에서부터 전기에 이르기까지 기초 학문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라가야 한다. 어느 날 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가슴 찢어지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지만, 부품소재산업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우리에게 정신을 번쩍 들게 해 준 나라는 아이러니 하게도 대한민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대한민국은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이를 계기로 반드시 극일 기회로 삼아야 한다. 두 번 다시 이런 치욕과 모욕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극일(克日)은 하루아침에 1~2년 안에 결코 안 된다. 인재 1명을 키우는데도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하물며 세계 제1의 기술을 보유하기란, 1세대가 지나가도 될지 말지다. 정부는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R&D 관련 예산을 여기, 저기에 떡 가르듯 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예산 지원 후 2년쯤 지나면 실적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실적 없으면 예산 지원을 할 수 없다고 으름장도 놓는다.

이 같은 탁상공론(卓上空論)식 행정에는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그렇지만 지자체들도 비켜 갈 수는 없다. 대학별로 특성화 대학이 선정돼 있다. 이들 대학과 기업, 정부가 서로 유기적 관계를 갖고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몰두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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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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