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
처서(處暑)
  • 조현석
  • 승인 2019년 08월 25일 16시 03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26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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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몇 가지 생각들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흘러간 것들 붙잡지 못했다
지난 것은 지난 것일 뿐
희망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이제 가을
폭염의 시련이 건네준 선물인데
아득히 찬이슬 내릴 먼 곳 바라보며
마음의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2
파란 하늘을 올려보는데
잠시 서늘한 그리움 스며든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경계
주고받아야 할 정리도 매듭도 없이
미지근한 이별의 맛에 길들어간다

3
해가 지는 곳에서 바람 불어오고
바람에 시달린 나뭇잎은 떨어지고
젖은 몸으로 남아 붙박이기 싫으니
찬비만 오지 말라고 간원(懇願)한다




<감상> 더위가 아직 남아 있으면서 한풀 꺾이는 날이 처서(處暑)다. 매미가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서 여름날의 맹렬함은 점점 사라지는 때가 이 날이다. 우리네 삶도 과거에 미련을 가진다고 해서 반드시 더 나아진다는 희망과 이어지지 않는다. 지나간 날은 붙잡을 수 없고 앞으로 다가올 날을 보며 마음의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이제 폭염과 혹한, 뜨거움과 차가움 사이에서 미지근한 이별에 깃들여지는 중년이다. 명확한 경계도 없이 바람 부는 대로 몸을 맡길 뿐, 젖은 몸으로 틀어박혀 있기 싫기에 찬비 맞지 말고 가느슥히 가을 햇살을 맞이하고 싶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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