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경북포럼]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져라
[새경북포럼]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져라
  •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 승인 2019년 08월 26일 15시 41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27일 화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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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그리스와 페르시아 간의 쟁패를 다룬 걸작 ‘역사’를 집필한 헤로도토스. 키케로는 ‘역사의 아버지’라 불렀다. 그가 후세의 추앙을 받는 소이는 과거를 대하는 엄정한 자세 때문이다. 오해가 없도록 객관적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덧붙이면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고대 서양의 3대 미남은 페리클레스·알키비아데스·아우구스투스를 꼽는다. 페리클레스는 아테네 민주 정치의 황금시대를 열었고, 그의 뒤를 이은 알키비아데스는 스파르타 왕비와 염문을 뿌렸다. 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제국 초대 황제. 그들의 용모는 각각 편안한, 위험한, 냉철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고 평한다. 동양의 중국엔 4대 미녀가 거론된다. 서시·왕소군·초선·양귀비.

미인을 은유하는 사자성어는 많다. 나라가 기울어지게 할 정도의 미색을 뜻하는 ‘경국지색’도 그중의 하나다. 멋진 표현이긴 하지만 과장이라 여긴다. 중국인은 그런 허장성세에 능하다. 당나라 어떤 한족이 이국적으로 생긴 딸애를 묘사했다. 눈은 장강보다 깊고 코는 화산보다 높다고.

미녀에 대한 취향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물론 자타가 인정하는 비너스 같은 표준 모델은 존재한다. 특히 여성들 조각상을 보면 동서양 미의 기준이 다르다. 예술 작품엔 그 시대 그 지역의 외모 관념이 투영된 탓이다.

이탈리아 베로나 ‘줄리엣의 집’ 안뜰에 놓인 그녀의 청동상. 사랑이 이뤄진다는 믿음으로 작은 가슴은 반들반들하다. 오래전 일행들 하는 대로 손을 내밀고 추억을 담은 기억이 난다. 아직 십대에 불과한 줄리엣 자태는 가냘프고 연약하다. 첫눈에 반한 로미오처럼 그때의 일반적 미모였으리라.

한데 시안 화청지 양귀비 석상을 보면 몸매가 확연히 다르다. 마치 줄리엣의 뚱뚱한 유모처럼 풍만한 체격. 게다가 주위엔 펜스를 둘러 근접이 불가능하다. 감히 황제의 총비를 만져, 하며 엄금하는 듯하다. 바로 옆에 그녀의 전용 욕실인 해당탕 그리고 현종과 둘이서 목욕을 했다는 연화탕이 있다.

꽃봉오리 형태의 자그마한 해당탕은 돌로 깔린 바닥이 훤히 드러났다. 근데 서로의 몸을 씻겼을 타원형 연화탕엔 물이 채워져 있었다. 사랑의 물장난 소리가 들리는 듯 사연이 궁금했다.

왕조의 흥망성쇠를 그린 세계사는 일정한 흐름이 감지된다. 망국의 요인을 상당 부분 여성의 몫으로 몰아가는 것도 그러하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에서 그딴 일이 가능할까. 나도 헤로도토스처럼 허황된 기록은 믿고 싶지 않다.

중국 왕정 말에는 어김없이 요부가 등장한다. 하나라 걸왕 때는 비단 찢는 소리를 즐긴 말희가, 은나라 주왕에겐 달기라는 애첩이, 주나라 유왕 시절 요녀인 포사가 국가를 망쳤다는 얘기다. 백제 의자왕 삼천 궁녀가 나오는 한국사. 응당 이런 서술은 신뢰하지 않는다. 유명 작가 루쉰도 일갈한다. “패망의 책임을 여자에게 미룬 못난 사람들.”

예수를 적대시했던 바리새인이 간음한 여인을 데려와 말한다.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소?” 당시 모세 율법엔 돌로 쳐 죽이도록 하였고 로마법상 사형 판결은 총독만 가능했다. 그네들 속셈을 간파한 예수는 땅바닥에 썼다고 한다. “너희들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멸망의 연유를 그녀들에 전가하는 역사서를 읽으면 마태복음 말씀이 떠오른다. 그것은 크든 작든 동시대 모두들 멍에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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