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대못에 찔리고 책상이 되었다
차갑고 냉정한 못을 앞세운
망치의 발길질을
제 중심으로 받고서야
집 되고 절도 되었다
어머니는 여섯 자식
여섯 대못을 가슴에 박고서
소슬한 한 채가 되었다

실한 대못은 똑바로 박혀
기둥 되고 서까래 되었지만
부실한 못은 바람불적마다
흔들려 망치질을 해야 했다
다른 곳에 박아도
자꾸만 흔들리고 녹스는 못에
어머니는 툭하면
녹물을 훔쳐야 했다.




<감상> 차갑고 냉정한 대못을 망치로 마구 박는다고 해서 책상과 집과 절이 되는 건 아니지요. 서로의 상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눈물을 흘릴 각오는 되어 있어야 소슬한 한 채가 완성되지요. 어머니는 가슴 속에 자식이라는 대못을 박고 살았지요. 그 중에 부실한 못은 흔들릴 때마다, 속을 썩일 때마다 가슴 속에 망치질을 했더랬습니다. 늘 흔들리고 녹스는 못에 툭하면 녹물을, 아니 눈물을 몰래 훔쳐야 했지요. 정작 본인은 호의호식하지 못하고 대못에 색깔이 바랜 옷 한 벌을 남겨 두시고 떠나셨지요. 왜 자식들은 어머니의 수의만 생각하고, 살아생전에 번듯한 옷 한 벌 해드리지 못했을까요.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