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게임·경쟁으로 AI시대 선도하고 교육혁명 이뤄져야"

최해주 경북일보 편집국장과 장순흥 한동대 총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교육과 산업, 대학과 지자체가 서로 융합·협력하고, AI·ICT·로봇과 같은 첨단기술 접목이 이뤄지면서 미래 사회 핵심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산·학·연 동반성장은 물론 최근 이슈인 한·일 경제전쟁 포화 속 소재부품 개발과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학 역할론’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장순흥 한동대학교 총장은 지난 2014년 취임 이래 “대학이 캠퍼스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사회적 문제 해결과 공익적인 가치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론을 실현하고자 일찍부터 ‘세상을 바꾸는 10대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포항 등의 도시 문제 극복 방안을 찾아보는 지역 발전뿐만 아니라 통일 한국·아프리카 개도국·창업 활성화 등 글로벌하고 넓은 시각과 AI·핀테크·로봇·차세대 자동차·지속가능에너지와 환경·건강 복지 프로젝트까지 아우르며 시급히 풀어야 할 화두에 대해 시대적 사명을 품고 해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일보는 창간 29주년을 맞아 ‘경북·대구의 미래-장순흥 한동대 총장에게 듣는다’라는 제목으로 장순흥 총장과 인터뷰를 했다.

장 총장은 인터뷰에서 4차 산업시대 인간의 삶의 질은 매우 좋아지겠지만,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적인 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총장에게 AI, 지역 대학과 도시가 함께 걸어갈 길, 청년과 교육 등에 관한 해법 등을 들어봤다.

-요즘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AI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은가.

△매우 좋은 질문이다. 과거에는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즉 노-하우(Know-How)가 중요했다.

하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어디에 활용 할 것인가’, 노우-왓(Know-What : 목표를 앎·목적 의식)으로 무게 중심이 바뀌었다. 곧 ‘AI를 활용해 무슨 문제를 풀 것인가’인데 AI는 데이터(자료)와 딥러닝·머신러닝 등 알고리즘의 결합이라는 것은 이미 다 나와 있는 명제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면 그 분야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데이터가 수집되면 이를 활용해 인공지능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다시 말해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 어떤 문제를 인공지능화 시켜야 할 것인가와 그 문제에 관련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면서 AI 중요성을 강조했다. 20년 전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를 주목하라’며 앞을 내다본 조언을 한 손 회장이 이제 왜 AI에 집중하는지.

△AI는 쉽게 말해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 또는 컴퓨터다. 냉장고·자동차 등에 다 들어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처럼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소프트웨어와 관련 하드웨어를 통칭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장애물 어디 있는지, 차 옆으로 누가 오는지를 살펴 의사 결정을 하는 것과 흡사하게 의사 결정·명령하는 기능을 가진다. 상황을 파악 및 예측해 기계에 명령하는 기능이 인공지능인 것이다.

-현재 AI, 슈퍼인텔리전스(초지능) 출현 직전으로 삶의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미래 AI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편한 삶으로 다가올 것이다. 단적인 예로, 슈퍼마켓에 가서 단순히 물건을 집어오기만 하면 된다. 그럼 AI는 카메라로 사람과 물건을 파악한뒤, 그 사람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대신 처리해줄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된다. 자율주행 자동차일 것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걱정되는 점은, 인간 스스로가 존엄성이라는 철학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내가 기계보다 못하다’, ‘알파고가 세계 챔피언도 이기는데 나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라며, 자기 비하와 허무함에 빠질 우려가 크다. 삶이 편해지는데 도리어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역설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성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소중함, 그리고 인공지능의 창조주는 결국 ‘인간’임을 자각하려면 인성 및 종교교육이 중요하다. 인성교육만 잘 되면 인간은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인재 핵심은 ‘창의성’이다. 자사고 등 교육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교육 개혁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 개혁을 위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2가지다.

먼저 교육이 ‘실생활 문제 중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실생활·우리 사회·세계가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 큰 전제다. 당면하는 문제, 사람이 고통당하는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다.

2번째 전제는 교육 방법의 변화다.

일종의 ‘지식 전달’ 교육은 더 이상 안 된다.

지식전달 교육이 아니라 우리가 당면하는 문제 발견, 해결하는 교육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 이유는 인공지능 시대가 특이점(singularity·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 시대에 가까워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한 분야 최고 능력자보다 뛰어나다.

알파고가 세계 바둑 챔피언을 이겼듯이, 그 어떤 분야별에서도 AI가 이미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슈퍼 인텔리전스(특별 인공지능) 시대에는 세계 모든 인간이 지닌 지식을 가지게 돼 단순 지식전달, 주입식, 강의식 교육은 무의미해진다.

AI 스피커에게 물어보거나 검색을 하면 모든 답을 아는 슈퍼 인텔리전스가 우리 삶에 깊게 자리 잡을 시대가 멀지 않았다.

따라서 교육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들을 스스로 탐구 및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것이 곧 교육혁명이다.

-한일 무역갈등이 현안이다. 3·1운동 100주년, 광복 74주년을 맞아 일본을 이기려고 하지만 격차가 적지 않다는 말도 있다. 진정한 극일, 일본을 넘어 강대국이 되려면?

△크게 2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세계에서 소재부품산업이 가장 발달된 나라가 일본이다.

이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론 일본을 이기기는 힘들다.

미국은 소재 부품산업을 포기하는 대신 소프트웨어에 집중 투자해 혁신을 이뤘다. 구글·애플·MS·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인데 다 소프트웨어 회사다.

일본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해 일본을 뛰어넘은 것이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일본이 미국을 추월한다고 했었고, 일본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도 했다. 당시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미국도 어느 정도 노력했지만 일본과 중국에 게임이 안 됐다.

가격이 저렴한 분야는 인건비가 싼 중국이, 소재 부품은 일본이 우위를 점하며 미국은 못 쫓아갔다. 그때 방향을 전환해 창의력, 즉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신생기업이 치고 나오면서 일본을 제치기 시작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가 훨씬 중요하다.

스마트폰이 1000달러라고 가정하면, 하드웨어는 100달러에 불과하고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훨씬 크다. 하드웨어를 쫓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의력이 요구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앞장서야 한다. 하드웨어, 제조업만 강조해봤자 일본을 쫓아갈 수 없다.

과거에는 TV 등의 전자산업 분야에서도 일본이 우리보다 한 수 위였다. 하지만 우리가 앞서기 시작한 것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화되면서 부터다. 새로운 경쟁, 즉 ‘게임체인지’를 해야 한다. 똑같은 게임·경쟁을 하면 안 된다.

똑같은 소재부품 싸움, 그것 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새로운 게임을 채택해야 한다. 미국은 소프트웨어를 혁신적 제품을 개발해 기존의 게임판을 바꿨다. 기존 경쟁은 어느 정도(30%) 유지하면서 70%는 게임체인지를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 지역 대학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지자체와 지역 대학이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정할 때 ‘현재 당면하고있는, 그리고 미래에 당면할 문제’이 중요하다.

지자체의 다양한 문제를 앞으로는 대학이 연구해야 한다. 대학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지자체는 도출된 해답을 다시 이행해야 한다.

쉽게 말해 대기·수질 등 도시가 가진 문제에 대해 대학이 해결 방안을 내고 지자체는 해법을 실행하는 식이다.

제일 좋은 것은, 교통문제, 환경문제, 일자리문제 등을 대학이 함께 연구하고 이행하는 선순환구조로 발전하는 것이다.

-산학 협력도 마찬가지인가?

△마찬가지다. 산학협력이 잘 되려면 기업(산업체) 문제에 대학이 해법을 제시하고, 산업체는 그 해법을 사업화하며 서로 선순환해야 한다.

앞으로 대학이 가진 문제 해결 능력 방식을 지역·지자체 산업 문제를 가지고 산업에 힘써야 산다.

-한동대가 산학 협력을 잘한 사례를 말해 달라.

△한동대는 10대 프로젝트 등을 통해 수많은 협력을 했다.

그 중 가장 보람찬 사례는 뭐니뭐니해도‘한동대 11·15 지진·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이 포항 지진 촉발 원인이 지열발전소에 있다는 원인 규명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얻는 유·무형 가치는 몇십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동대 학생들을 비롯해 포항시민이 지진으로 느낀 공포와 트라우마를 해소하고, 정신적으로 그들에게 위안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다.그동안 위축된 부동산 거래, 관광객 감소에 대해 해명·해소된 것도 중요하다.

-총장에 취임하면서 변화를 강조하고 ‘10대 프로젝트’를 제시했는데.

△해결해야 할 문제, 모든 과제는 지역 발전과 맞닿아 있다.

지역에는 한동대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이 있다. 경북·대구 대학은 어떤 ‘역할론’을 해야 할까로 생각하면 경북·대구에는 특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전국 공통 현상이지만 특히 이 지역에 이 지역에는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명이 사라지고 인구가 감소하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한동대를 비롯한 지역 대학이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융합적 연구가 필요하다. ‘결혼을 안 하는 이유’, ‘아이를 왜 안 낳는가’를 알려면 인문사회적인 시각과 과학 기술이 융합해 접근해야 한다.

-‘청년이 미래’라고 하는데 취업 대란과 일자리 문제, 무한경쟁으로 희망을 잃고 있다.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부탁한다.

△여러분들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앞으로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거다. ‘정직’과 ‘성실’만 기억한다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

AI시대에서 , (기술을 악용한 범죄가 우려되듯 반대로) 점점 필요한 사람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인간이 욕심과 탐욕을 부려서 문제이지 성실과 정직만 갖춰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

특히 ‘이웃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기 고민에 빠지지 말고 이웃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 이웃 문제 해결을 잘하면 사업도 잘할 수 있고, 노벨상도 탈 수 있다. 그런 좋은 습관을 가지길 권하고 싶다.

특히 요즘 과학 기술이 강조되지만 모든 것이 과학 기술 자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학기술이 분명 중요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산업화·사업화가 안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창업이 안 되고 있다.

하이테크인 바이오 산업 분야 중 국내에서 제일 큰 회사는 셀트리온이라는 회사다. 이 회사의 서정진 회장은 과학기술자가 아니다. 자동차 마케팅 등 분야 출신이다. 그는 현재 존재하는 기술을 잘 활용해서 사업화에 성공했다.

기업가 정신, 새로운 기술개발 및 현재 있는 기술사업과 연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과학기술만 중요하다고는 할 수 없다. 새로운 사업과 기업 일자리를 엮은 뒤 지식을 이용한 ‘가치생산’ 및 ‘가치창출’이 중요하다.

-경북일보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지역 신문 또한 파트너 의식이 중요하다. 지자체·대학·기업과 이 서로의 문제를 함께 공유하면서, ‘우리는 동반자’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또 독자도 신문을 보는 것만 만족하지 말고 ‘신문을 내가 만들어 간다’, ‘좋은 정책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나눈다’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참여 의식이 필요하다.

본사 최해주 편집국장이 장순흥 한동대 총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장순흥 한동대 총장 프로필

△서울대 핵공학△MIT 핵공학 석·박사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원자력안전기술원 자문위원 및 안전심의 위원 △한국공학학림원 감사 △국민안전안심위원회 위원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ANS 학술상 수상(아시아 최초) △KNS 우수논문상 △과학기술훈장 창조장(1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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