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개도국 지위 배제, 우리 농업이 앞으로 대비해야 할 문제다
[아침광장] 개도국 지위 배제, 우리 농업이 앞으로 대비해야 할 문제다
  •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연구위원
  • 승인 2019년 08월 28일 15시 36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29일 목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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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연구위원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연구위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 개도국 우대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 개도국은 이미 선진국 수준의 경제발전에 도달했음에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개도국에 부여하는 우대혜택을 받고 있으므로 WTO 개도국 우대 도입 취지에 부합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 OECD 가입 당시 공산품과 서비스 분야에서는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는 조건으로 개발도상국으로 잔류하고 있다. WTO는 현재 국제법상 선진국과 개도국을 나누는 일반적인 정의나 기준을 두고 있지 않으나 회원국 당사자 간의 ‘자기선언’ 원칙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FTA체결국 간의 교역에는 WTO 규제는 미약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미국이 개도국 우대 폐지 대상 국가로 주장하는 나라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중국, 터키, 이스라엘, 사우디아리비아,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인도 등이다. 농업부문 고용률, 농림수산업 GDP 비중, 농촌인구 비중 등 농업 관련 지표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위치는 선진국 그룹에서 중간 정도, 개도국 그룹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또한 전체 고용에서 농업부문의 비중이 4.7%로 선진국 그룹 1~22%의 중간 수준에 이르고 있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제시한 WTO 협정에서 개도국 우대를 적용할 수 없는 회원국의 기준 4가지에 우리나라는 모두 포함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현재 OECD 회원국(36개국)이거나 OECD 가입절차를 밟고 있는 나라에 해당된다.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 29번째로 OECD에 가입하였기 때문에 해당되는 국가이다. 두 번째는 G20 국가에 속해 있는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9월에 G20에 포함되었다. 세 번째는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고소득 국가(2017년 기준 1인당 GNI가 12,056달러 이상)로 분류한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명목 총소득 기준으로 33,433달러를 넘어선 고소득 국가에 속한다. 네 번째는 세계 상품무역 금액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2.9%로 세계 9위에 해당되고 2018년에는 3.1%로 비중이 높아진 국가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조치가 시행이 되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의 혜택을 받아왔던 우리의 농업 분야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쌀 변동직불금과 수입쌀 고관세 부과 등 농가를 보호해왔던 조치들이 무력화되고 마늘, 인삼(홍삼), 양파, 대추도 선진국 의무를 이행할 경우 마늘 276%, 인삼 578%, 양파 104%로 관세 장벽이 완화되어 국내 농업에 대한 보전이 어려워지게 된다. 다만 쌀 관세율 513%는 국내 관세법으로 미국 관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미국이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으로 압박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 농산물 중 쌀 등과 같은 고율관세 핵심 농산물의 보호 여부이다. 우리나라는 상위 5개 품목이 전체 농업 생산액의 52%를 차지하고 있으며, 돼지(돼지고기), 미곡(쌀), 한육우(쇠고기), 닭(닭고기, 계란), 젖소(낙농품) 등이 해당된다.

반면에 WTO 개도국 지위 상실에 대한 문제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공익형직불제 개편 논의를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018년 10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는 쌀 변동직불을 폐지하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 창출에 대한 지불을 강화하는 농업직접직불제(농업기여지불제)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쌀 중심의 변동형직불제에서 농업의 사회적 기여 중심의 공익형 직불제로의 개편은 수도작 비중이 낮은 경북에서 농가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경북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작목은 고추, 마늘 등이다. 특별품목으로 보호받고 있는 쌀, 고추, 마늘, 양파, 감귤, 인삼, 감자, 유제품 중 다른 지역에 비해 경북의 비중이 높은 작목은 고추와 마늘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쌀 생산 비중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다만 개도국 지위 상실시 특별품목을 포함한 전체 농산물의 관세감축이 불가피하여 경북 농업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유사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시장에서 우리 경제를 보호해줄 수 있는 여건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우리 농업은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한 철저한 사전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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