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장.

세계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저성장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도 역동성이 줄어들고 성장세가 꺾이는 중이다. 대구·경북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우리는 단기간에 GDP 세계 12위, 교역 10위, 수출 6위, 1인당 GRDP 30위를 달성했지만, 앞으로 성장은 장담하기 힘들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제·산업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때마침 닥친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한 데이터 계산과 처리 능력, 그리고 5G라는 진보한 통신기술이 일상 속에 녹아 있다. 신제품 개발과 서비스 향상을 넘어 기존의 생산·유통·소비 방식도 변화시키고 있다. 나아가 인간의 노동과 삶의 유형마저 바꿔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유례없는 변혁기에 중앙정부와 지역은 어떠한 경제·산업의 방향을 제시할 것인가?

정부는 ‘혁신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혁신을 통한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내세운 것이다. 그간 우리 경제는 비용 경쟁력을 앞세운 추격형 발전 방식을 고수했다. 선도형 경제는 생산성과 혁신성 기반의 고부가가치화를 강조한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해결 방향은 지역에서도 궤를 같이한다. 대구·경북은 여러 해 전부터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산업 발굴을 당면과제로 인식했다. 신흥국의 추격,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 등은 기존 주력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하는 필요성을 야기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소재, 섬유, 자동차 부품 등 성장을 견인해온 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화는 지역에서도 중요한 당면과제이다. 의료, 미래형 자동차, 바이오, 스마트공장, 물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에 지역 산업정책 역량의 대부분을 투입해 왔다.

2019년 현재 지역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전환에 가속도는 붙었지만, 혁신의 부단한 노력은 이제 시작 단계이다. 혁신은 제품과 서비스, 연구개발, 생산, 유통, 소비 과정 등 모든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속가능 한 선도형 경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혁신과정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고 상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뤄내야만 한다.

이러한 면에서 과학기술 기반의 혁신생태계 구축은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자생적인 조건이 충분하지 않다면 지속가능 한 혁신은 불가능하다. 혁신생태계의 근본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지역 역량이다. 대구·경북은 지역의 혁신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 대구연구개발특구와 포항연구개발특구,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 물 산업클러스터, 4세대 방사광 가속기, DUP 연합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대규모 국책 사업도 유치했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혁신생태계는 좀 더 다져질 필요가 있다. 대학·연구소 등 지역 내 혁신 창출 기관의 경쟁력과 성과를 부가가치로 전환하는 시스템, 혁신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역 여건 등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등 소위 파괴적 기술에 대한 세계 각국의 치열한 패권경쟁 속에서 원천 과학기술 혁신역량의 부재는 치명적 약점이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라 우리 경제가 요동치는 상황이 이를 잘 드러낸다.

4차 산업혁명 심화로 혁신생태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이른바 글로컬 경쟁 시대이다. 지역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가치사슬을 튼튼하게 하는 것은 이 경쟁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천이 되는 과학기술, 연구기관과 인력에 대한 중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결국 혁신생태계를 단단히 하는 기초 작업이다.

1~2년 안에 투자 결실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축적되는 역량은 새로운 혁신의 토양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 투자는 멀리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돌아가는 듯이 보이지만 결국은 지름길임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장 프로필

△대구 심인고 △경북대 사회학과 △미국 미주리대 사회학 석·박사 △경북도 행정혁신협의회 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발전 전문위원회 위원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위원회 실무위원 △대구시 갈등관리심위원회 위원장 △대구경북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장 △대경연 대구경북학연구소장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R&D 기관이란

R&D는 Research and Development 의 약자로 우리말로 ‘연구개발’이라고 한다.

즉 R&D 기관이란 연구개발을 주체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OECD는 R&D 를 ‘인간·문화·사회를 망라하는 지식의 축적 분을 늘리고 그것을 새롭게 응용함으로써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창조적인 모든 활동’이라 정의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회는 R&D 를 ‘기초연구’, ‘응용연구’, ‘개발연구’로 구분한다.

경제학의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theory)에서는 R&D 에 의한 기술진보를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 경북 R&D기관 현황

△(재)경북테크노파크 △환동해산업산업연구원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재)포항테크노파크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 △경북차량용임베디드기술연구원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 △포항가속기연구소 △한의약진흥원 △포항나노융합기술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 △구미전자정보기술원

◇대구 R&D기관 현황

△(재)대구테크노파크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재)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재)대구경북디자인센터 △(재)대구기계부품연구원 △(재)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한국섬유개발연구원 △DYETEC연구원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재)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경권연구센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경지역본부 △한국기계연구원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구센터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지역본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대구연구개발특구본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한국뇌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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