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촉각 속 배터리도 사정권…구미형 일자리사업 등 차질 우려
경북도, 사태 장기화 대응책 고심

28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는 소식을 1면에 전한 일본 주요 신문들. 연합

일본이 28일 예정대로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했다.

경북도와 경북도내 기업들은 지난 7월 4일 포토레지스트 등 디스플레이, 반도체 제조 관련 3개 품목에 대한 신고절차를 강화한 일본의 제1차 수출규제에 이은 추가 규제 대상 품목에 불안해하고 있다.

현재 추가 규제 대상으로는 정유, 화학, 배터리, 기계, 자동차 관련 품목이 꼽히고 있다.

일본의 백색 국가 제외로 인한 추가 규제 대상 중 하나로 배터리 관련 품목이 꼽히면서 LG 화학의 양극재 공장 건립으로 추진 중인 구미형 일자리 사업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기업간담회 및 KOTRA 지원사업 설명회 분석자료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계속될 경우 구미형 일자리로 추진 중인 LG화학 양극재 공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배터리 4대 소재의 일본 의존도는 높지 않지만, 파우치 필름 등 일부 소재의 경우 일본 업체를 대체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업계는 바이오 등 정밀화학 업계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전략물자로 지정한 제품들이 많은 공작기계 관련 업계는 추가 규제 품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제 관련 기관들은 일본의 백색 국가 한국 제외 방침이 전해진 후 공작기계에 대한 일본 의존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일본의 대표적 기계업체인 화낙(FANUC)의 공작기계 수치제어반(NC)는 국내 점유율이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부품 분야는 일본 수출규제 대한 피해 사례는 아직 크지 않지만,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국산화나 공급선 다변화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모두 어떤 품목이 추가 규제 대상이 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구체적인 대응방안 마련에는 어려움이 많다.

경상북도는 구미·포항 등 시군, 관계기관과 함께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경북도는 28일 구미상공회의소에서 구미·포항·경산·칠곡·경주·김천· 영천 등 7개 시군, 구미상공회의소·무역협회·경제진흥원·경북신용보증재단·대구경북연구원·대경중기청·구미세관·KOTRA·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수출지원기관, 기업체 대표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원정책 마련을 위한 합동간담회를 열고 기관별 추진상황과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일 수입액은 22억 달러로 경북 총수입액 152억 달러 대비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기계·철강·화학 분야 품목이 대부분으로 도내업체 중 모두 1601개사가 일본에서 수입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지역기업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경북도는 대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철강, 디스플레이, 반도체, 정밀화학 등 10대 특별관리 품목을 선정했다.

이와 함께 소재·부품·장비 산업 기술 자립화를 위해 70여 개 선도과제를 선정해 정부정책과 연계한 국가 사업화를 추진 중이며, 지난 23일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 전자, 기계·금속, 기초화학 등 6개 분야 산업발전을 위해 지역 산·학·연·관의 역량을 총결집한 경북 소재·부품 종합 기술지원단을 출범했다.

단기적으로는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경영 안정화 자금 30억 원, 부품·소재 등 기술개발 및 국산화 지원 25억 원, 통상마케팅 특별지원 7억 원 등 9개 사업에 70억 원 이상의 긴급 추경을 편성했으며, 도내 관련 기업이 직접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에 이어 일본 수출규제 조치까지 더해져 기업이 활동하기에 불확실한 환경이 고조되고 있지만, 우리는 위기에 강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꾼 수많은 역사적 경험이 있다”며 “경북도와 수출 관계기관이 함께 발맞춰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지혜를 모아 단기적, 중장기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이러한 위기국면은 충분히 타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박용기 기자
 

양승복 기자
양승복 기자 yang@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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