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허가 받은 장소 아닌 새로운 곳에 건립하기 위해선 공원조성계획변경 재신청 필요
市, 2015년 이후 실무진 협의 無…대표이사 "긴밀히 협의 중" 발언
관계자 "변경허가 쉽게 하려 꼼수"

지난 16일 발생한 아르바이트생 다리 절단 사고 이후 이월드가 놀이시설 전체 점검과 직원 안전 교육을 위해 26일부터 28일까지 자체 휴장을 했다. 자체 휴장이 끝나고 다시 운영을 시작한 29일 이월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 바이킹 앞에 줄서는 곳이 텅 비어 있다. 이날 오후 4시쯤 나온 통계로 총 370여 명이 이월드를 찾았다고 한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유병천 이월드 대표이사는 지난 3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7000명 수용이 가능한 3만3000㎡(약 1만 평) 규모의 워터파크 허가를 위해 대구시와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의 두류공원 활성화 계획과 상생하는 콘셉트를 반영하는 설계변경을 통한 글로벌 워터파크의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랜드그룹의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김일규 부회장도 “입장객 200만 명 규모로 전국 3대 테마파크로 성장했다”며 “워터파크 오픈을 완료하는 2021년에는 연간 입장객 400만 명 규모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병천 대표와 김일규 부회장의 주장과 같이 2021년 이월드 워터파크가 문을 열 수 있을까. 경북일보가 대구시에 확인한 결과, 이들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월드는 2013년 8월 주차장 부지 내 3만6308㎡에 1000억 원을 들여서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워터파크를 짓겠다고 대구시에 공원조성계획 변경신청을 했다. 대구시는 도시공원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서 2014년 5월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워터파크를 지으라고 허가해준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이월드 주변 주민들이 소음과 교통혼잡, 상권 잠식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월드는 5차례에 걸친 간담회를 통해 2015년 12월 워터파크를 주차장에서 떨어진 곳으로 옮기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렇게 주민들과 합의했다.

애초 허가를 받은 장소가 아닌 새로운 곳에 워터파크를 짓기 위해서는 대구시에 공원조성계획 변경신청을 다시 해야 하는데, 이월드는 2015년 12월 이후 대구시 공원녹지과 실무진과 단 한차례도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상수 공원계획팀장은 “4년 넘는 동안 한 번도 우리와 협의한 적이 없는데, 대구시와 무슨 협의를 했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경옥 이월드 워터파크 대책위원장은 “이월드 상무와 자주 통화하는데, 자금 사정이 어려워 진척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만 들었다”며 “이월드가 다른 자리에 워터파크를 짓는다 하더라도 주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추진한다면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현직 이월드 관계자들은 “대구시 고위 관계자들과 수차례 접촉해 워터파크와 관련한 브리핑을 한 것으로 안다”며 “공원조성계획 변경 허가라는 실무 추진에 앞서 대구시 고위층과 접촉을 통해 손쉽게 일 처리를 하려는 심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유병천 대표는 아르바이트생 다리 절단 사고가 나기 전 권영진 대구시장과 독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 대표는 “이월드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논의했다”며 “워터파크 건립과 관련해서도 조언을 구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또 “문화체육국장을 상대로 워터파크 건립과 관련한 구상을 밝힌 것은 맞지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여쭤본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김호섭 대구시 문화체육국장은 “2020년 대구경북관광의 해를 맞아 이월드 측에서 수차례 대구에 워터파크라는 관광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의견을 개진한 것은 맞지만, 워터파크 허가와 관련해 실무진에게 적극 검토 등의 지시는 내린 바 없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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