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률사 등산로 옆에 있는 신라시대 석실고분이 '이차돈 묘'"

‘2019경북문화포럼’이 29일 오후 경주더케이호텔 거문고홀에서 진행됐다. 패널토론은 경주금강산유적지구의 스토리텔링을 통한 관광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왼쪽부터 박광연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국사학과 교수, 임영애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교수, 이용현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 좌장 주보돈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박방용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원장, 최덕규 경주시의회 문화행정위원장, 이동규 경북일보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금강산으로 불리다가 일제 강점기 이후부터 불려 온 소금강산이란 명칭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굴불사지 동남쪽 백률사로 가는 등산로 중간에 삼국시대 고분과 기와 조각들이 산견되는 평탄한 곳을 이차돈 유적지로 추정한다”

29일 The-K호텔 경주에서 ‘신라의 성역, 경주 금강산을 거닐다!’란 주제로 열린 ‘2019경북문화포럼’은 신라의 성역으로 찬란한 불교문화가 시작된 경주 금강산과 일대 유적지의 흔적을 재조명하는 자리로, 뜨거운 호응 속에 진행됐다.
‘2019경북문화포럼’이 29일 오후 경주더케이호텔 거문고홀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로비에 설치된 금강산 전시사진을 돌아보고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특히 이날 포럼은 4시간 동안 진행된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산 빛깔이 특히 아름다워 신라 왕경인들이 사랑하던 금강산’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함으로써, 천년고도 경주의 새로운 가치 창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2019경북문화포럼’은 먼저 주보돈 경북대 명예교수의 ‘신라왕경 5악과 경주 금강산’이란 주제의 기조강연에 이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주제 발표는 ‘경주 금강산과 신라의 불교문화유산’을 주제로 박광연 동국대 교수와 임영애 경주대 교수가 첫 세션을 진행했으며, 이어 ‘경주 금강산, 그 역사속의 흔적’을 주제로 이용현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와 박방룡 신라문화유산연구원장이 두 번째 세션을 이어갔다.

기조강연에 나선 주보돈 교수는 “금강산은 중고기 이전부터 4영지의 하나로 한때 산악숭배의 대상으로 신성시됐지만, 이후 진행된 불사를 매개로 근본적 성격이 불교의 성지 쪽으로 차츰 옮겨져 갔다”면서 “9세기 초 이차돈의 무덤이 정비되고 비가 세워지는 등을 매개로 불교식의 신성한 공간으로 뚜럿이 자리매김 됐음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신라 통일 이전 왕경에는 동악과 서악만 존재했을 뿐 왕경 5악은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금강산이 북악으로 인식되고 그처럼 불린 시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왕경 5악은 9세기 이차돈에 대한 현창 사업이 이뤄진 뒤로 봄이 안정적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용현 학예연구사는 ‘문자자료로 보는 경주 금강산’이란 주제를 통해 “이차돈 순교비 즉 백률사석당기가 통일신라시대에 다시 세워지게 되는 배경은 528년 자추사 개창 이래 지속적으로 안정된 운영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이에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817년 무렵에 불교계 핵심을 중심으로 이차돈 현창 혹 재인식 사업이 이뤄지면서 무덤과 사찰이 재정비되고 백률사석당기가 조영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 학예연구사는 “표암 선각화의 명문은 선각화와 함께 신라시대 경주금강산 주변의 경관과 사원, 불교 문화를 복원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며, 굴불사지 출토 청동반자의 명문은 신라시대에 개창된 굴불사가 고려시대에도 굴석사로서 건재하면서 중수돼 이어지고 있었음을 말해준다”면서 “경주 금강산은 통일신라시대는 물론 고려시대까지 ‘북산’으로 불리우면서다수의 불적들이 유지되고 있었던 형적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문화유산으로 본 경주 금강산’을 주제로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박방룡 원장은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금강산으로 불렸음이 명백한데도 소금강산으로 불린 것은 일제 강점기 때 강원도 금강산과 혼돈을 피하기 위해 소금강산으로 된 것”이라며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소금강산이라는 새로운 산 이름이 생긴 후 현재까지 보편화 돼 있어, 이제는 버리고 경주 금강산으로 불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박 원장은 “현재까지 별반 연구성과가 없는 실정인 이차돈 유적은 굴불사지 동남쪽 백률사로 가는 등산로 옆 잡목이 가리고 있는 도굴된 신라시대 석실고분이 이차돈의 유적으로 추정된다”며 “도굴된 석실분은 이차돈 묘이고 초석 건문지는 사당 자리일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주의 영산 금강산의 문화유적의 중요성에 비해 문화유산에 대한 연구와 보존 관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하반신이 매몰돼 있는 전도장사지마애불상 전체를 볼 수 있도록 하고, 마애선각여래입상과 기호바위는 탐방객들이 찾아가기 쉽도록 진입로 정비가 필요하며, 추정 이차돈 유적지는 등산로 우회 및 주변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조강연과 주제발표를 마친 후 주보돈 교수를 좌장으로 4명의 주제발표자와 최덕규 경주시의회 문화행정위원장, 이동욱 경북일보 논설실장 등 총 7명의 패널이 ‘경주 금강산 유적지구의 스토리텔링을 통한 관광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참석 시민들과 함께 열띤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패녈토론에서는 소금강산 명칭 변경 문제와 이차돈 유적지, 그리고 금강산 일대 문화유적지에 대한 정비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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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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