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자존심과 무리수
[데스크 칼럼] 자존심과 무리수
  • 이종욱 정경부장
  • 승인 2019년 09월 01일 17시 21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02일 월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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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정경부장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가장 허망한 죽음 중 하나는 장비였다.

장비는 관우가 오나라에 의해 죽자 술에 절어 살다 이를 복수하겠다며 출병을 결심했고, 사흘 안에 모든 병사가 흰 갑옷에 흰 깃발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때 범강과 장달이 사흘 안에 준비가 어렵다고 하자 장비는 이들을 나무에 매달고 사정없이 매질한 뒤 이튿날까지 준비하지 못하면 목을 베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장비의 서슬 퍼런 명령을 받고 겁에 질린 범강과 장달은 그날 밤 술 취해 잠든 장비를 죽이고 오나라 손권에게 달아났다.

관우에 이어 장비마저 허망하게 잃은 유비는 중국 통일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사라졌고, 조조의 책사였던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진 무제)이 중국 통일을 이뤄냈다.

장비가 관우의 복수라는 욕심과 무리수를 범하지 않고 범강과 장달의 건의를 받아들였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지금 우리나라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를 두고 온 나라가 난리도 아니다.

미-중·한-일·한-북한·미-북한 관계가 점점 더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고, 경제 상황 역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음에도 우리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선택을 두고 온 나라가 양분되고 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이 역시 ‘무리수’가 원인이었다.

조국 후보자가 내정된 뒤 정계에서 제기된 의혹들이 하나둘 벗겨지면서 국민을 서글프게 만드는 것을 넘어 분노하게 만드는 형국이다.

후보자와 일부 식자들의 말대로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것들이 ‘법적 하자 없는 행위’들 이었다 치더라도, 대부분의 국민은 아예 엄두도 낼 수 없는 일들 임에 분명하다.

그럼 에도 장관을 지냈던 사람이나, 살아있는 지성인으로 꼽혀 온 사람들까지도 ‘법적으로 하자 없는 일에 억측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고 입을 보탠다.

그런데 검찰이 고발된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 등 수사에 들어가자 불만을 넘어 아예 감정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조 후보자의 말처럼 ‘법적 하자’가 없다면 검찰 수사에 맡겨 명명백백하게 밝히면 더 깔끔할 텐데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더 슬픈 일은 조 후보자는 그동안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유사한 행위들에 대해 너무도 단호하게 상대를 꾸짖어 왔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자기의 행위는 법적 하자가 없으니 청문회를 나설 것이고, 장관이 되면 사법개혁으로 바른 사회를 만들겠다고 또다시 입을 세웠다.

법적 하자가 없다면서 자신의 재산을 내놓고, 사과를 하는 것도 난센스다.

어쨌든 나는 조국 후보가 얼마나 훌륭한지, 또 얼마나 나쁜 일을 하면 살았는지 알지 못하기에 그를 평가할 이유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억척스레 장관이 된 이후 사법개혁이라는 미명을 앞세워 어떤 무리한 수를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참으로 궁금해진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억지로 만들어진 힘은 언제나 과용한 힘을 휘둘렀고, 그 결과는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장비의 허망한 죽음 외에도 한국 현대사 곳곳에서 그러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오늘 아침 이 시끄러운 난국 속에서도 조국 후보만이 더 이상 선택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법무부 장관 후보여야 하는 이유를 물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것이 행여나 ‘자존심(욕심)을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택한 것은 아닌지’ 장비의 교훈을 되새겨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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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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