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도 못 건져 농민 시름 깊어…햇고구마·마늘·양파도 마찬가지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
올해 고추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고추 풍작으로 산지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안동 등 경북북부지역 고추 가격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영양에서 노지 고추농사를 짓는 신 모(67)씨는 “고추 가격이 지난해 대비 절반이나 떨어져 허탈하다”며 “특히 올해는 추석 농산물 가격이 전체적으로 낮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 우울한 추석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 고추 생산량은 7만5000~7만7000t으로 지난해보다 6%가량 증가했지만 평년보다는 5~7% 정도 적을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건 고추 600g(1근) 당 생산비는 8814원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고추 산지 시세를 결정하는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재 건 고추 600g 한 근에 6396원으로 지난해 50% 수준 밑이다. 홍고추의 경우도 kg 당 1300원 선에 그쳤다.

영양 고추도 최근 열린 고추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1만6000원~1만8000원의 절반 정도로 폭락했다. 폭락세는 안동 외에도 고추 주산지 청송과 영양과 의성 지역도 비슷한 실정이다.

이처럼 고추 가격 변동 폭이 커지면서 ‘전국고추주산지 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 7월 30일 전남 해남군청에서 실무협의를 갖고, 고추 가격 안정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다음 달 30일까지 960여 농가로부터 6258t의 홍고추를 수매한다. 1kg에 특등 2000원, 1등 1900원의 가격으로 수매하며 매주 2차례 시중가격 등락에 따른 연동제로 가격을 조정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작황이 좋은 점도 있지만 지난해 가격 급등으로 유통·외식 업체들이 중국산 소비로 돌아선 데다 경기불황 여파로 요식업소 수요가 감소한 것도 가격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내다봤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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