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여성 커뮤니티서도 조 후보자 딸 관련 논쟁 잇따라
전문가들 "'공정한 사회' 기조로 지지 얻었으나 세대의 역린 건드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정부의 주요 지지 기반으로 꼽히는 20∼40대 여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문재인 정부 기조였던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일부 지지층의 이탈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실제로 조 후보 딸의 부정입학 등 의혹을 계기로 여권 지지층이 많은 젊은 여성들의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조사결과도 나온다.

◇ 맘카페 ‘조국 사퇴’ vs ‘조국 힘내세요’ 설전(舌戰)

맘카페는 문재인 정부와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대표 집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조 후보자를 비판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장관 임용 반대 청원 글에 동의해달라는 글도 이어지면서 회원들 사이에 연일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회원 수 280만 명인 한 맘카페에는 지난달 23일 ‘조국 법무장관 임용 반대 청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문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조 후보자를 이렇게까지 감싸면 이제는 지지하지 않겠다”며 조 후보자 임용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조국 딸이 쓴 논문이) 정말로 고등학생이 쓸 수 있는 수준이라면 왜 이 난리가 나겠냐”, “논문을 한 번이라도 써 본 사람이라면 제1저자는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 것” 등 댓글이 달렸다.

“이게 17살 아이와 그 부모가 책임져야 할 일이냐”, “조국 후보자가 (수사기관에) 입건이라도 되길 바라느냐” 등 글쓴이를 비난하고 조 후보자를 옹호하는 취지의 반박이 나오자 “정신차리라”는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회원이 30만명인 또 다른 맘카페에도 ‘조국 임용 반대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이렇게라도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란 걸 보여주자”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청원에 동의했다”, “우리는 개돼지가 아니다” 등 동의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300만명이 가입한 한 맘카페는 조 후보자가 사퇴해야 한다며 비판하는 글이 올라올 때마다 게시글을 비공개 처리하기도 했다.

이 카페에는 “조국 수회 집회에 참석하자”, “조국 힘내세요”, “조 후보자가 빨리 임명돼서 문 대통령과 함께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등의 지지글과 “조 후보자 딸은 성적 공개하라” 등의 비판글이 함께 올라왔다.

이런 글에는 “허탈하다”, “어처구니없다” 등 비판과 함께 “허위사실 유포로 신고하겠다”, “조국 법무부장관을 간절히 원한다” 등 지지자들의 응원이 뒤섞였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일 “문재인 정부가 여성들에게 큰 지지를 받은 이유는 공정한 기회 제공과 양성평등 같은 기조 때문이었다”며 “맘카페를 유지하는 20∼40대 여성들은 어느 세대보다 교육 문제에 민감한데, 그 세대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셈”이라고 분석했다.

◇ 20~30대 여성 커뮤니티서도 ‘조국 사퇴’ 목소리 나와

“조국 딸이 의사가 되면 앞으로 (진료하는) 의사가 어느 학교 나왔는지 꼭 확인해 볼 거예요.”

회원 수 190만명인 한 여성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같은 글에 “부산대는 걸러야죠”, “조국 딸은 (의사가) 되고 싶어도 못 되는 거 아닌가요”, “의대는 이런 식으로 입학하면 안 되는데 사람 목숨이 장난도 아니고” 등 반응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지지층인 20∼30대 미혼 여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한 커뮤니티들에도 조 후보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커뮤니티에 “맘카페에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글이 올라오는 것이 심각한 정도”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자 “아이 키우는 주부들이라면 더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 “여론은 (맘카페와) 정반대” 등 글쓴이 의견에 동의하는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회원이 170만 명인 한 커뮤니티에는 “부모님과 내가 모두 조국을 지지해 대화가 잘 통한다” “조 후보자를 언론이 너무 공격해 안타깝다” 등의 지지글과 함께 “난 (조 후보자 딸처럼) 부정입학 안 해봤다. 우리나라에 부정입학 안 한 사람이 훨씬 많다”는 글이 올라왔다.

78만 명이 가입한 또 다른 커뮤니티에는 “조국 딸이 정말 억울하다면 성적표를 공개하면 되지 않느냐”, “내가 조국이면 딸을 생각해서라도 사퇴하겠다”, “나는 진보지만 조국은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 글이 이어졌다.

특히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여성들의 반발심리가 정부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갤럽의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에는 19∼29세 여성 61%가 ‘잘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으나 조 후보자 관련 논란이 불거진 8월에는 긍정 응답이 55%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26%에서 28%로 증가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현실에서 전업주부들이 아이들 교육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 주부의 정보력이 학생들의 대학을 결정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며 “그런 중요한 역할을 맡는 중년층 여성들이 조국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 분노하고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최근 지지율 통계를 보면 조국 후보 논란 이후 연령대별로 20대와 50대에서 조국 후보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 사회에서 병역과 입시는 가장 민감한 주제인데, 조국 지지층 내부의 분열에 대해 민주당 측에서 미숙하게 대응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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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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