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미국 일리노이대 해부학 교수 할리 먼센이 인체를 화학성분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먼센은 사람 몸이 칼슘 2.25㎏, 인산염 500g, 칼륨 252g, 나트륨 168g, 마그네슘 28g, 그리고 소량의 철과 구리 성분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또 체중의 65%는 산소, 18%는 탄소, 10%는 수소, 3%는 질소라 했다. 이런 인체 구성물질을 값으로 치면 89센트(990원·당시 물가 기준)에 불과하다는 냉혹한 결과를 공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인간의 구성 성분 중 탄소로는 단지 몇 개의 연필심을 만들 수 있고, 철로는 대못 하나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또 인체는 성냥개비에 붙일 수 있을 만큼의 인과 유황 몇 줌과 비누 7장을 만들 수 있는 지방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물질적 가치로 따지면 1000원어치도 안 되는 인간이 위대한 것은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 고등한 사유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석가가 태어나면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했다는데 이는 전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없는 오직 특별한 존재로서의 ‘나’를 얘기한 것이다. “전 우주에서 단 한 사람, 누구와도 같지 않은 유일무이한 ‘나’이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는 존엄하다”는 것이다.

천도교 교리인 ‘인내천(人乃天)’ 또한 인간 존엄을 대표하는 사상이다. 동학의 3대 교주인 손병희가 동학을 천도교로 다시 집성하면서 내세운 사상이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뜻으로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의 ‘하느님을 내 마음에 모신다’는 시천주(侍天主) 사상을 재해석한 것이다. 2대 교주인 최시형은 ‘사람을 하늘같이 섬기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 사상을 설파했다.

경북일보가 이 같은 인간 존엄성의 뜻을 담아 새롭게 사시(社是)를 제정했다. 경북일보 창업주 고 황대봉 명예회장의 평소 언론에 대한 지론이었던 “사람을 해롭게 하지 말라”는 유지(遺志)를 담아 ‘늘 사람을 이롭게 하리’로 정했다. 지난 1990년 8월 창간 이후 경북도 23개 시·군, 대구시 8개 구·군을 취재 영역으로 하는 경북일보는 지난 28일 창간 29주년을 맞아 ‘사시 현판식’을 갖고, 언론 본연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할 것을 다짐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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