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처리는 금속에 혼을 불어 넣는 것, 기본 매뉴얼에 충실한 것 가장 중요"

최윤석 대기열처리 대표가 27일 대구 달서구 구지면에서 진행 된 경북일보와 인터뷰에서 열처리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처음 연락이 닿았을 때 최윤석 대기열처리 대표는 만남을 고사했다.

명장이라는 칭호를 받았지만 최근 경기도 좋지 않고 더 훌륭한 분들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지난 2012년 신설된 열처리분야에서 제1호 명장 칭호를 받았던 만큼 설득 끝에 대구 달성 2차산업단지 대기열처리 본사에서 만났다.

최 명장은 1998년 창업 이후 MRP(영업·생산·품질관리)시스템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명장이 됐다.

또한 제품품질 신뢰성 확보와 함께 관련 제품을 세계 일등품질로 만들고 있는 30여 년 금속열처리 전문가다.

최윤석 대기열처리 대표가 27일 대구 달서구 구지면 열처리 공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금속조직을 판독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금속열처리와의 절묘한 만남.

1965년 영천에서 태어난 최 대표는 대중금속공고 열처리과 3회로 입학하면서 금속열처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영천에서 대구로 오기 위해 고등학교를 찾던 중 대중금속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 대중금속공고는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릴 만큼 인기가 높았으며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대구텍의 전신으로 공기업이었던 대한중석에 입학생의 10%가 취업이 되는 등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최 대표는 “대구를 오는 것이 목적이었지 열처리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입학 후 상황이 180도로 바뀌었다. 당시 교사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 열처리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습 기자재도 최신식으로 공부가 저절로 됐다.

국가 정책으로 중화학공업 육성이 화두였고 금속을 전문적으로 다루면서 열처리로 세분화 된 시기였다.

전국에서 열처리 전문 교과가 없어 특별한 것을 배운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교사들도 학생들과 함께 일본 책을 직접 번역해서 가르쳤으며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실무보다 이론에 더 관심이 높아 친구들이 모두 취업나갈 때 대학 진학반에 들어갔다. 울산대 지원했으나 떨어졌고 재수까지 했지만 결국 낙방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좌절하지 않고 대구 열처리업체에 취업했으며 실무경험을 쌓았다. 군 복무를 마치고 후 한·일 합작회사인 울산 동우 열처리업체에 입사, 기술력을 더욱 높였다.

일을하면서도 이론적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 1988년 열처리 기능사 1급을 땄으며 1990년 창원기능대학에 들어갔다. 기능대에 다니면서 직업훈련교사 자격증도 획득했으며 1991년 금속재료기사 2급을 따는 등 이론 교육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1992년 졸업한 뒤 대구 맥천공업에 취업한 뒤 동우 열처리와 학교에서 배운 것을 활용해 빠르게 인정받았다.

역시 일을 하면서 1995년 금속재료기능장까지 획득하는 등 주간에 일하고 야간에 공부하는 것을 꾸준히 병행했다.

1998년 IMF로 어려웠을 때 오히려 이현공단에서 창업,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노하우를 통한 기술로 승부를 걸고 있다.

최윤석 대기열처리 대표가 27일 대구 달서구 구지면 열처리 공장에서 경북일보와 인터뷰 후 로(爐) 내의 온도,상태 체크를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금속열처리, 철에 혼을 불어넣는 것.

최 명장은 금속열처리의 경우 이론과 실무가 반드시 겸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정이기 때문에 이론적 바탕이 없으며 시뮬레이션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열처리를 위해서는 금속 제품을 로 안으로 넣어야 한다. 로 안으로 들어가면 벌어지는 일을 볼 수가 없어 그만큼 사전 검토작업이 중요하다.

또한 최 명장은 ‘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단언했으며 열처리를 경찰이 수사를 하듯 철의 이력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말 못하는 철도 분석하면 이력을 알 수 있으며 변화무쌍한 것이 또 다른 매력이다. 열처리된 소재를 판독하는 것도 중요한데 소재가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이 돼야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

최 명장은 부품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이 열처리 기술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로 부품의 수명을 좌우한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고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으며 원천 재료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열처리 기술이 좋아도 A급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단언했다.

최 명장은 자신의 기술에 대해 특별할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금속열처리 기술 자체는 이미 다 알려져 있는 만큼 고유 영역으로 불릴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매뉴얼, 기본에 가장 충실하게 하는 것이 기술이라고 확신했다. 매뉴얼 대로 하기 위해 최 명장은 체계적인 조건관리가 가능한 생산과정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5년 개발한 MRP 시스템이고 이 기술로 명장 반열에 올랐다. MRP은 영업·생산·품질 관리 모두를 자동화한 시스템이다. PDA 단말기를 통해 작업자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

로 안의 온도와 시간 등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모든 과정이 조건에 따라 변하지 않고 오차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신규 제품에 대한 열처리 조건, 고객요구사항 등의 정보를 DB에 저장하면 제품에 대한 바코드 부여해 수주량·납기·특기사항 등을 관리한다.

작업 완료된 제품은 품질관리팀에서 최종검사 실시 후 검사성적서 발행하고 성적서 상단에 제품의 바코드, 검사일, LOT NO 표기한다.

제품 출하시 합격된 제품에 대해 MRP시스템에 다시 등록하는 등 이력 관리를 통해 다음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정확한 데이터 통계와 분석, 불량 발생 시 원인을 찾기 쉽다. 이 시스템은 현재 50여 개 동종업체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끊임없는 발전을 통해 변화하는 제품에 대비 중이다.

이 밖에도 응력제거소둔과 완전소둔 기술이 강점으로 꼽힌다.

응력제거소둔은 단조·소입·용접 등에 따라 생긴 잔류 응력을 제거하기 위한 열처리기술이며 완전소둔은 단지 소둔이라고도 불린다.

실온에서 가공하는 냉간 가공이나 주조 등의 영향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오스테나이트화한 후 용광로 내부에서 서냉 처리하는 기술이다.

최 명장은 부품 국산화를 많이 했는데 그 중심에 있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90년대만 해도 일본에 20년 이상 뒤졌지만 지금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전했다.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대학 강의 등을 나가며 후학 양성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 그만큼 어려운 일을 하려는 젊은 친구들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그동안 따라잡았던 일본과의 격차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명장은 “일본과의 기술 격차가 줄어든 것은 그만큼 엔지니어들이 피땀으로 노력한 결과”라며 “힘든 일과 야간근무도 하지 않으려 하면 기술 개발에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또 “비관적인 전망이 많지만 그래도 뿌리 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곳은 언제든 도움을 주겠다”고 덧붙였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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