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학 혜명학술원 원장
류동학 혜명학술원 원장

용인술(用人術)은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매우 중요한 리더의 덕목이다. 역사를 거울삼아 통치의 근간으로 삼으려던 황제나 왕들에게 용인술은 천하를 얻고 다스리는 통치의 요체였다. 역사에 있어서 대업을 이룬 인물들은 주위에 인재가 항상 있어 왔다. 상왕조의 창업군주 탕왕에게는 이윤(伊尹)이 있었고, 주 문왕에게는 강태공(姜太公)이 있어 왕조를 건설했다. 춘추시대의 패자인 제의 환공은 관중이라는 걸출한 재상이 있었고, 한 고조 유방에게는 소하, 장랑, 한신 등의 걸출한 인재가 있었다. 당 태종에게는 위징, 방현령, 두여회 등의 수성의 공신들이 있어 ‘정관의 치’를 이루었다.

위나라의 명신인 유소((劉?, ? - ?)는 황제가 하는 일 중 으뜸인 ‘인사는 만사다’로 표현되는 용인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그는『인물지(人物志)』에서 인재를 감별할 때 범하는 오류를 일곱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인물의 명성을 편파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 둘째 본인의 감정에 따라 평가하는 자세, 뜻은 크지만 겸손하고 신중하지 못한 자세, 신동과 대기만성 인재의 구별, 동류의 사람들만 선호하는 자세, 사람의 시운을 잘 보고 판단하는 자세,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 등이다.

태조 이성계의 삼봉 정도전, 태종의 하륜과 이숙번, 세종의 황희·맹사성·김종서 등의 걸출한 인재가 세종의 수성을 도왔다. 그 외에도 선조에게는 서애 류성룡·이산해 등의 재상이 인조에게는 이원익, 정조에게는 채제공·정약용 같은 인물들이 있어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군주와 신하의 공적들은 드물고 대다수의 지도자들은 사이비 인재에게 휘둘러 역사를 혼란에 빠뜨리고 자멸한 경우가 더 많았음을 지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내정한 법무부장관 후보자인 조국의 각종 의혹논란으로 여름과 국민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었다. ‘문 대통령의 아바타’로 불릴 정도로 진보개혁주의자로 알려진 조국 후보자는 현재 본인과 가족들의 특권과 반칙의 도덕성과 재산문제 및 자녀의 여러 의혹에 승승장구하던 강남좌파의 지성인에서 민낯이 드러나 위선과 이중성 및 조로남불의 후안무치의 모습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배신감과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아마 조국의 명성과 본인의 좋은 감정, 동류 인물들의 선호도, 스펙과 겉의 화려함으로 민정수석에 중용했으나, 조국의 인사검증 실패로 중도 사퇴한 차관급 이상만 11명이고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이 16명이나 되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총신(寵臣)인 조국을 다시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해‘조국사태’를 불러와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민심에 반하더라도 조국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다. 결국 ‘조국사태’가 정국의 분수령이 되어 9월은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11월에서 12월은 이 정부를 혼란에 빠뜨리는 예기치 못할 여러 상황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 대통령은 공신 이숙번을 내친 태종과 정조 즉위와 초반 정국을 주도한 홍국영을 내친 정조의 전례를 반드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최고의 지도자는 총신이라도 국민 민심과 정국에 큰 장애물이 된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총신을 물러나게 하는 것도 현실 정치가의 용인술이라고 본다. 역사 속 제왕들의 성패는 결국 리더의 자질과 용인술에 달려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공자는 ‘말을 교묘히 하고 얼굴빛을 거짓으로 꾸미는 사람 중에는 어진 사람이 드물다’고 사이비(似而非) 인재는 가릴 줄 알아야 리더의 성공이 보장된다고 했다. ‘조국사태’는 검찰 수사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조국 후보자가 인재인지 사이비 인재인지 가려질 것이다. 결국 조국(曺國)과 문재인 정부 운명의 키는 조국((祖國)의 민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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