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박사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박사

‘나는 무조건 한 놈만 팬다’ 오래전 주유소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다루는 코미디영화 ‘주유소습격사건’에서 배우 유오성씨가 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영화 속 명대사들이 현실을 빗대는 비유법으로 등장하지만, 유독 ‘한 놈만 팬다’는 이 말이 지금 공감되는 것은 정치적 이슈 때문이다. 영화의 재미와 웃음을 제공하는 줄거리로 무지막지하게 한 사람에게만 달려들어 공격하는 것은 ‘이전투구’로 실전의 상황에서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비효율적 전략이다.

국정 동력 확보를 두고 야심 차게 출발한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 2기 내각구성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인해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다.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달리며 청문회 날짜까지 잡았지만 증인 채택을 두고 무산되는 우여곡절은 야당은 물론 언론. 학생들까지 온통 조국 후보자 임명되면 나라가 거덜 나기라도 하듯이 반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차별적인 조국 후보자의 비난과 공격을 보면 마치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을 연상하게 한다. 이번 2기 내각의 인사청문회 대상은 조국 후보자 외 6명의 후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조국법무부장관 후보자만 집중 공격하는 모양새가 앞서 이야기한 영화의 한 장면과 같다는 생각이다.

인사검증청문회는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필요한 자질과 업무능력을 검증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후보자의 인성과 도덕적 의무, 바른 생활의 검증은 물론, 조직을 이끌 능력 등을 국회를 통해 확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능력과 자질검증보다는 정치적 이권의 다툼으로 본래의 목적과 도입취지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비유하자면 선수가 링 위에 오르기도 전, 여론몰이로 실컷 두들겨 패 KO 시키는가 하면, 확인되지 않는 루머로 후보자를 만신창이로 만들기도 한다. 청문회는 듣는 것이다. 후보자의 의혹은 청문하여 변명이나 의견 등을 청취하고 증거로 잘 잘못을 판단해야 한다. 제도를 벗어난 마녀사냥식으로 한 사람만 잡고 죽으라고 달려들어 후보자를 공격하는 것은 정부의 개혁 의지를 흔들어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는 야당의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적 투쟁일 뿐이다.

조국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에는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이 맞물린 현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다. 조직에 충성한다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조국 후보자에게는 검찰 개혁과 적폐청산을 완수할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대통령의 개혁 의중이 담겨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득권세력의 저항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당시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뜨거운 감자였고 이에 자격과 자질부족을 거론하며 거세게 저항해 왔던 것은 그만큼 조국 후보자의 개혁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의 기득권은 그들의 생명과도 같다. 오랜 세월 공고해진 세력을 적폐라는 이름으로 하루아침에 청산하기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저항하는 지배계급의 세 치 혀에 춤추는 피지배계급의 어리석음이 그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깨끗하게 통과하려면 친인척 모두의 도덕적 규범은 물론이고 사생활까지도 후보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청문 당사자가 아닌 가족, 형제. 자매 그리고 사돈의 팔촌까지 먼지털기식 행위는 후보자를 흔들어 낙마시키기 위한 억지일 뿐이다. 청문회를 통해 소명할 기회를 주고 자격과 능력을 국민과 함께 판단하면 된다. 혹시라도 낙마해 정부의 개혁 의지와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며, 후일 역사의 가정 속에, 아쉬움은 아무 소용이 없음을 과거의 사례에서 배웠다. 그 이유는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국가라는 틀 속에 자리 잡은 인사청문회라는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개혁 정책의 성공 여부는 국민의 판단에 달렸다. 정치적 집단의 이해관계에서 링 위에 올리기도 전 KO 시키려는 이런 식의 청문회라면 비효율적이며 쓸모없는 ‘이전투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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