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산업단지를 이렇게 마구잡이로 지정해서는 안 된다. 국가 행정력은 국가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정하고, 조력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북 구미시의 산업이 공동화 하면서 정부가 ‘구미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구미 국가산업 5단지에 LG화학이 배터리 양극재 제조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구미시는 국가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월 구미산업단지 5단지(하이테크벨리) 3구역을 탄소집적단지로 정해 입주 가능한 업종을 기존 7개에서 16개로 확대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정부의 결정으로 당시 구미시와 지역 언론이 ‘구미시 탄소산업 메카 된다’고 홍보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경북도와 구미시가 공동으로 구미시에서 ‘2018 국제탄소산업포럼’을 열고 구미시가 탄소산업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밝힌 바 있다. 구미시에는 세계 탄소섬유산업을 선도하는 도레이첨단소재와 효성이 이미 탄소 소재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구미시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탄소소재 사업의 국가 산업단지를 국토교통부가 또 다시 다른 곳에 두겠다고 선언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1일 “전주를 탄소산업의 메카로 만들 ‘전주 탄소소재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이 2일 국토교통부의 최종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전주 탄소소재 국가산업단지는 전주시 동산동과 고랑동, 팔복동 일대 약 66만㎡(20만 평) 부지에 약 2000억 원을 투입해 탄소소재를 생산하는 70여 개 기업을 위한 공간, 이를 지원하는 10여 개 연구개발 시설, 20여 개 지원시설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정부의 조치는 이미 구미 5공단에 추진 중인 탄소산업클러스터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전주시가 지난 2014년 국가산업단지 제안서를 국토교통부와 LH에 제출해 이번에 최종 확정됐다고 한다. 정부 부처 간 업무의 특수성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산업관련 국가산업단지를 국토교통부가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미 구미에 산업단지를 지정해 어려운 절차를 거쳐 입주 가능 업종까지 확대해가며 탄소소재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구미공단에는 도레이첨단소재를 중심으로 50여 개 탄소소재 관련 기업이 입주해 있다. 전주 탄소소재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정부가 구미형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관련 산업을 집적화 하겠다는 구미 5공단의 탄소클러스터 조성사업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의 앞뒤 없는 산업단지 지정으로 산업의 경쟁력이 추락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지 우려스럽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