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과수농가들이 오는 주말까지 잦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날씨 예보에 시름이 깊다.

과수농가들은 2일 추석을 열흘여 앞두고 산지마다 사과·배·포도 등 과일 수확을 시작했지만, 수확기와 맞물려 잦은 비로 인해 상품성 저하와 낙과 등 피해가 우려돼 걱정이다. 과일 당도는 수확기 일조량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햇볕을 쬐며 당을 축적할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날씨가 궂을 때 수확한 과일은 단맛이 부족하다는 것이 과수농가들의 설명이다.

올여름 복숭아와 무화과 작황이 좋지 않은 이유도 7월 수확 시기에 제법 많은 장맛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경북농업기술원은 지역 복숭아·무화과 농가의 올해 수익이 지난해의 60∼70%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일 상품성을 좌우하는 착색 또한 일조량이 줄면 고르지 않거나 더뎌질 수 있다.

뿌리가 장기간 물에 젖어 양분 흡수능력 등이 약해지면 줄기에서 열매가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같은 이치로 가을철 장기간 내리는 비는 과일뿐만 아니라 햇살 아래에서 영글어가는 벼 등 모든 작물에 나쁜 영향을 준다.

예천군 호명면에서 배 농사를 짓는 황정훈 (50)씨는 “출하를 앞두고 햇볕이 바짝 들어야 당도가 높아지는데 계속 내리는 비로 인해 수분이 많아지면서 상품이 물러질 확률이 높다”고 하소연 했다.

또 정희호 안동수출농가회장은 “비 오는 날 수확 작업을 하게 되면 사과가 물러져 껍질에 손상이 생길수 있다”며, “추석을 앞두고 수확을 해야 하는 시기에 비소식이 이어져 농민들의 걱정이 크다”고 했다.

경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수확 철에는 하루만 햇살이 쨍쨍하게 비쳐도 과일 당도가 표나게 올라간다”며 “빗물이 빨리 빠지도록 배수 작업을 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지방기상청은 2부터 3일 양일간 대구 경북 남부 지역의 강수량은 20㎜~60㎜, 3일 북부와 울릉도는 5㎜~30㎜로 전망하고 있다. 비는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며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이번 주 낮 최고기온은 대구가 최고 28℃, 경북 북부 안동·의성이 28℃다.

9월에 장기간 비를 뿌리는 정체전선을 6∼7월 발달하는 장마전선과 기상학적 특성이 달라 ‘가을장마’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이상만 기자
이상만 기자 smlee@kyongbuk.com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안동, 예천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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