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국 위덕대박물관장 최근 발표한 논문서 주장

무장사비 탁본.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 제공
경주 무장사아미타여래조상 사적비와 이차돈 순교비가 신라 최고 명필인 김생의 친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5월 김천 수도암 약광전 앞 ‘도선국사비’를 김생 글씨로 봐야 한다고 발표한 박홍국 위덕대박물관장은 2일 경주 무장사아미타여래조상 사적비와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이차돈 순교비가 김생 친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학술지 ‘신라사학보’ 최신호에 실은 논문 ‘김천 수도암 신라비의 조사와 김생 진적’에서 이같이 밝힌 박 관장은 이외에 김천 갈항사 석탑기, 창녕 탑금당 치성문기비, 산청 단속사 신행선사비 등 김생 글씨 자료가 영남 지방에만 5건 더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박 관장이 김생 글씨로 지목한 무장사비는 제1행에 등장하는 ‘김육진’이라는 설, 황룡사 승려설, 중국 명필 왕희지 글자를 집자했다는 견해 등 학계에서 글씨를 쓴 사람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작성 시기는 800년 전후로 의견이 모였다.

박 관장은 무장사비 탁본을 분석한 결과 “집자 흔적을 찾을 수 없는데, 3개의 유(有) 자가 모두 다르다”며 “이 정도 명필은 100년에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차돈 순교비.
그는 추사 김정희가 무장사비 글씨에 대해 “서품(글자 품격)을 낭공대사비 위에 두는 것이 마땅하다”고 평가한 사실을 언급하고 “김생이 왕성한 활동을 전개할 당시에 굳이 필체가 거의 같은 왕희지 글자를 집자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박 관장은 경주 도심 백률사지에서 경주박물관으로 옮긴 이차돈 순교비와 관련해서는 “지금은 맨눈으로 판독 가능한 글자가 10여 자에 불과하나, 글자를 목판에 새긴 것을 탁본한 ‘원화첩’이 있다”며 “마치 낭공대사비 글씨와 인쇄된 글자처럼 같아 눈을 의심케 한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이차돈 순교비는 김생 친필 비석으로 구전돼 빈번하게 탁본을 한 것 같다”며 “820년께 제작한 이 비석이 현존하는 김생의 마지막 글씨 자료”라고 덧붙였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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