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사실상 마이너스, 2분기 성장률은 1.0%로 0.01%p↓
정부 ‘슈퍼예산’ 이어 한은 금리인하 요구 커질 듯…10월 금통위 주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사실상 -0% 물가’ 충격으로 디플레이션(상품·서비스 가격의 전반적 하락)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재정당국과 더불어 통화당국도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퇴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3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0.0%를 기록했고, 같은 날 공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전기 대비 성장률 잠정치는 종전의 속보치(1.1%)보다 0.1%포인트(p) 하향조정된 1.0%를 나타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소수점을 늘려보면 -0.038%를 기록해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국가경제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가리키는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4분기(-0.1%), 올해 1분기(-0.5%)에 이어 2분기에도 -0.7%를 나타내는 등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저물가’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는 경제 지표가 이날 동시에 나온 셈이다.

저물가 만성화를 우려하며 한은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한은 내부에서도 앞서 제기됐다.

조동철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경제가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국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 경제를 답습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 목표치(2%)를 밑도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하면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춰 저금리 환경을 악화시키는 ‘축소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통화당국이 이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물가 기조 장기화는 조 위원 등 소위 한은 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다만, 정부와 한은은 현재 저물가 기조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한국의 저물가는 수요 측보다는 공급 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의 견해와 달리 한국경제가 이미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전철을 밟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플레이션의 기술적인 정의는 중요치 않아 보인다”며 “경기가 나쁜 가운데 GDP 디플레이터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고 소비자물가까지 하락했다면 사실상 디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세 약화도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 차원에서 한은이 더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성장세 약화를 우려해 이미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내년도 514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편성하며 적극적인 재정 확장에 나선 상태다.

한은은 지난 7월 올해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1분기 역(逆)성장의 기저효과가 깔린 2분기 성장률(1.0%)에 이어 3·4분기에 0.9∼1.0%씩 성장해야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 이슈와 영국의 유럽탈퇴 등 대내외 경제에 불확실성이 산재해 하반기 경제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제에 하방 위험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2%대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GDP 잠정치가 하향조정되면서 올해 성장률이 2%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물가 하락도 시장에선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제지표 발표로 10∼11월 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확신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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