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우리 속담에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가 된다는 말이 있다. 또 같은 의미의 말로 쥐구멍에도 볕이 들 날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요즘 안타깝게도 음지는 영원한 음지 양지 또한 영원한 양지로 착각하고 행동거지 마구 하는 사회가 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소가 등이 가려우면 우선 꼬리로 가려운 부분을 저어보고 그래도 가려우면 언덕에 등을 비빈다. 솟아날 구멍이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사는 세상에 음지도 양지도 순간이고 바뀌고 또 바뀌게 돼 있다. 너나없이 나름 비빌 언덕이 있다.

로마시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면 화려한 시가행진을 펼쳤다. 승리한 장군은 네 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장군 옆자리에 노예를 태워 너의 죽음을 생각하라(Memento mori) 그런 구호를 외치게 했다. 비록 당신이 전쟁에서 승리를 하여 돌아왔지만 당신도 언젠가는 죽는 날이 있다는 걸 잊지 말라는 경고였다.

전쟁에서 승리를 했다고 그 승리에 취해 오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겸손해야 한다. 오만을 꾸짖으며 겸손하라는 메시지였다.

우리말에 권불 십 년 괴불 삼 년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높은 권세도 10년을 가지 못한다. 또 거짓말은 3년을 넘기지 못한다. 그 말은 높은 권력에 있을 때일수록 잘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거짓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권력 재물 그 주인이 따로 없다. 주인이 따로 없이 떠도는 것 중 하나다. 그런 권력을 가졌다고 그런 재물을 남보다 조금 더 가졌다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

때때로 권력은 물론 권한을 쥐고 어물전 꼴뚜기 같은 짓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분수를 알아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보다 많은 재물을 가졌을 때, 보다 높은 권력을 가졌을 때, 겸손하다. 절대로 으스대지 않는다.

고려 말 우왕 때 17세에 과거시험 문과에 장원급제 조선 임금 세종 때 좌의정을 한 청백리 맹사성이 처음 파주 군수 발령을 받고 부임 관내 무명선사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선정을 한 군수가 될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다.

무명선사 왈 “나쁜 일은 하지 말고 착한 일만 하면 됩니다” 그러자 맹사성이 “스님 그 말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들 먹 걸이며 일어 서 가겠다고 방을 나서다 문지방에 이마를 부딪쳤다 그것을 보고 선사가 여기 앉아 차나 한잔 하고 가시오. 그래서 앉았다. 선사가 찻잔에 차를 따르는데 차가 잔을 넘쳐 방바닥이 젖었다. 그런데도 계속 잔에 차를 따른다. 그래서 맹사성이 그것을 보고 스님 차가 잔을 넘쳐 방바닥이 젖습니다. 그러자 선사는 그래 차가 잔을 넘쳐 방바닥을 젖는 것은 알면서 자신의 지식이 넘치는 것은 모르는 고 그렇게 꾸짖었다. 맹사성이 겸손하지 못한 언행을 하다 단단히 봉변을 샀다는. 맹사성이 그 무명선사 때문에 깨우침을 얻어 청백리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권력의 중심에, 권한의 주변에, 보다 많은 재물에, 묻혀 있는 자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는 것, 음지가 양지 된다는 것, 명심 잘해야 한다. 쥔 권력만 믿고 가진 재물만 믿고 날뛰다가 선사 앞에 맹사성 꼴 돼서는 안 된다.

세상일이란 과거가 있는가 하면 현재 그리고 미래가 있다. 쥐구멍에 볕 들 날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권력 가졌을 때 덕을 쌓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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