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지난 8월 28일 수요일, 대한민국 오페라 역사에 길이 남을 ‘제1회 대구 국제 오페라 어워즈’의 본선 경연이 시작되었다. 이날 1차 경연은 참가자들이 사전에 제출한 오페라 아리아 5곡 중에서 심사위원들이 제시한 이탈리아 아리아 1곡을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콘서트 형태로 진행되었다. 첫 날 경연이라 그런지 많은 젊은 성악가들이 긴장한 나머지 자신들의 기량을 한껏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8월 29일 목요일 오후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온 심사위원들과 함께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인 도니체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무대 연습 장면을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오케스트라, 합창단, 성악가들의 기량이 최고의 수준이라며 극찬을 하였지만 세계 유명 극장의 관계자들이 참관한다는 사실에 외국에서 온 지휘자와 연출자가 더 많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고 심사위원단의 위용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저녁에는 이탈리아 외 다른 나라의 아리아를 겨루는 본선 2차 경연이 진행되었는데 연주자들도 낯선 환경에 조금은 익숙해진 듯 전날보다 훨씬 안정적인 연주 모습들을 보였다.

8월 30일 금요일, 연주자들은 본선 3차의 경연 준비를 위해 하루 종일 오케스트라와 연습에 매진하였다. 우리들은 독일, 오스트리아, 미국의 심사위원들을 모시고 대한민국 전통문화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경주로 향하였다. 먼저 경주박물관에 들러 옛 신라의 독특한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그 오랜 옛날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했던 유럽과 우리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교류를 되새겨 보았다. 점심에는 월정교 건너 경주 최 부자 집에 위치한 전통 한옥에서 제대로 된 한식을 체험하였다. 신발을 벗고 방석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것이 많이 불편해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지만 모두들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것에 흥미를 보였고 누구 하나 포크를 쓰지 않고 수저를 이용하여 즐겁게 맛있는 식사를 하였다.

8월 31일 토요일, 드디어 3차 마지막 본선 경연이 열렸다. 이날 경연은 본선에 참가한 젊은 성악가들과 대구의 기성 성악가들이 함께 오페라 갈라콘서트와 중창 등을 협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경연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방식으로 심사위원들도 오페라 전문 성악가 발굴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평들을 내놓았다. 그리고 경연자들과 함께 협연한 지역 성악가들의 수준을 통해 대한민국 성악의 높은 기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제1회 대구 국제 오페라 어워즈’ 심사 결과 최종 우승은 연세대학교 출신의 베이스 조성준(만25세)에게 돌아갔다. 또한 독일 하노버 국립음악대학 석사로 재학 중인 소프라노 김아영이 2위, 계명대학교를 졸업한 우리 지역의 테너 조규석이 3위를 수상하였다. 수상자들은 상금 이외에 대구오페라하우스의 2020년 시즌 무대에 캐스팅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독일 쾰른 극장에서는 베이스 조성준을, 베를린 도이치오퍼에서는 소프라노 김아영과 베이스 조성준을 2020년 시즌에 캐스팅하였다. 또한 LA오페라에서는 베이스 조성준과 소프라노 조은일을 2020년 오펀스튜디오 최종 오디션에 초청하여 세계적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에게 오디션을 볼 기회를 제공하였고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에서는 본선 진출자 전원을 2020년 시즌오페라 최종 오디션에 초청하였다.

오페라 전문극장을 기반으로 한 이번 어워즈가 이뤄낸 또 다른 성과가 있다. 바로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전문 성악가 육성 프로그램인 ‘오펀스튜디오’ 소속 베이스 장경욱이 2년 계약으로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오펀스튜디오로 전격 캐스팅된 것이다. 이는 바쁜 일정 짬짬이 각 극장 관계자들과 극장 간 교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던 중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의 예술감독 비요른 페터스와의 일대일 미팅에서 일궈낸 결실이다. 지역의 우수한 젊은 인재들을 세계로 수출하는 아티스트 마켓이 더욱 활성화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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