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中企가 할 수 없는 상업화 연구에 과감한 투자 필요"
"지자체, 中企가 할 수 없는 상업화 연구에 과감한 투자 필요"
  •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 승인 2019년 09월 03일 20시 49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04일 수요일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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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최근 일본 수출제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등으로 국내 산업계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삼성, LG·현대 등 세계적인 수준의 대기업에 비해 부품소재 분야 국내 중소기업의 혁신역량이 취약한 것이 항상 걸림돌이 되어 왔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소기업의 혁신역량을 제고하고 자체적인 공급사슬을 안정적으로 구축하지 못한 것이 최근의 문제를 더욱 불거지게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지역 소재부품 중소기업의 스케일 업(Scale Up)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지배구조개선, 개방형 혁신, 대중소기업 협력체계, 혁신네트워크의 개선, 지역대학 역할제고. 기업가형 정부의 역할증대 등과 같은 과학기술분야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지역 중소기업의 문제점과 해결방향.

우리나라, 특히 경북 중소기업은 2가지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여 애로를 겪고 있다. 첫째는 R&D역량 부족이다. 예를 들면, 반도체산업 전후방기업을 분석해 보면, 경북지역의 핵심기술 특허등록/출원 평균건수는 33건이었는데, 이는 전국평균 112건의 30%에 불과하며, 경기도의 1/6에 못 미친다.

두 번째 역시 매우 심각한 문제로서 앞서 언급한 ‘시장실패의 영역’혹은 ‘데스 밸리’의 문제, 즉 핵심기술과 아이디어를 확보해도 양산을 위한 테스트베드, 파일롯 라인을 구축할 여력이 없어서 검증, 테스트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양산테스트를 위해서는 통상 10-50억원 정도 소요하는 시범설비를 구축해야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자금도 없고 양산을 위한 공정 엔지니어 등의 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하여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R&D역량을 단기간 내에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지만, 우선적으로 두 번째 문제에 전략적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목적의 일환으로 지역에 많은 특화센터들이 설립되었다. 하지만, 일단 조직이 설립된 이후에는 기업들이 원하는 장비를 구입·보유하기 보다는 설립취지와 달리 기관 자체의 존속을 위해 연구를 위한 연구에 매몰될 우려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센터 자체의 조직 자립화를 위한 장비를 구입하거나 조직구성원인 연구원들의 연구를 위한 연구 장비를 구입하기 때문에 실제 신기술이나 새로운 산업으로 구조 전환하려는 중소기업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유사한 목적으로 설립된 대학 공동장비센터의 경우에도 교수님이나 연구원들의 논문이나 보고서작성을 위한 연구나 연구를 위한 연구로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운영 메커니즘을 혁신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독립법인을 설립하기보다는 대학 내에 별도의 센터를 설립하여 대학교수님들이나 연구원과 기업간의 연결 혹은 소통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개방형 혁신, 대중소기업 협력체제 그리고 대학 및 지방정부의 전략적 선택.

경북지역 중소기업은 대체적으로 R&D 혁신역량 부족이라는 한계에 직면해있다. 따라서 다양한 노력에도 일본 등 선진국의 첨단 기술을 따라가기에는 현실적으로는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모든 것을 국내 중소기업이 처음부터 자체 개발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은 아닐 것이다. 이른바 ‘개방형 혁신’ 전략을 지역 부품소재 분야 중소기업에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빠르게 세계적 수준에 접근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체습득(make)뿐만 아니라 외부확보(buy) 또는 외부협력(collaborate) 등을 포함하여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을 M&A 또는 원천기술 자체를 기술이전, 도입 받아 빠르게 역량을 내재화하고 국산화하는 방향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중소기업도 이제 스케일 업(scale up)을 통해 대기업에 버금가는 혁신경쟁력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소기업의 스케일 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핵심앵커기업 즉, 가치사슬의 중핵을 담당하고 있는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의 선도적 역할과 전략적 후원이 중요하다.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이 아닌, 혁신생태계 차원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차원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은 이제 더 이상 일방적인 생색내기 구호가 아닌 국가산업 경쟁력을 높여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필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분업 체계에서 우리 지역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가 모든 것을 국산화하려 하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적당한’국산화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중소중견기업들이 인재와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완화 등 정공법이 중요하다.

또한 지역대학들의 보다 전향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상아탑’과 같은 폐쇄적인 구조로는 학령인구 감소, 청년실업, 지역산업 위기의 쓰나미를 피해 갈 수 없다. 중소기업의 산업기술 확보와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교내 구성원간 상호작용은 물론 대학 간 그리고 산학 협력 등을 통해서 대학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끝으로 대기업은 ‘하지 않고’, 중소기업은 ‘할 수 없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 영역’ 혹은 데스 밸리(death valley)를 지방정부가 나서서 과감하게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기업가형 정부(entrepreneurial state)’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 자체 펀드마련은 물론 이를 마중물로 한국벤처투자에서 운용하는 모태펀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중소기업이 할 수 없는 상업화 연구 혹은 파이롯 플랜트 구축 등과 같이 시장실패영역에 과감히 투자하여야 한다. 또한 최근 정부에서 시도하고 있는 규제자유특구 등과 같이 기업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완화하거나 개선하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일찍이 맹자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즉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 등을 말하면서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보다 못하다고 했다. 즉 아무리 시기적으로 유리하고 우수한 자원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사용하는 지역 혁신주체 혹은 이해관계자 간의 화합이 없이는 무용지물이 되거나 오용·악용될 수도 있다. 아무쪼록 요즘과 같은 21세기 임진왜란 같은 경제전쟁 혹은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산·학·연·관 나아가 시민사회와 지역사회까지 모든 혁신주체가 혼연일체가 되어 유기적으로 협력·인화(人和)하여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약력

<학력>

미국 코넬대학교 조직행동학 박사

서울대학교 경영학 석사

영남대학교 경영학 학사

<주요 경력>

현)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22대 회장

전)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21대 회장

현) 경북테크노파크 7대 원장

현) 영남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전) 경북테크노파크 6대 원장

전)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 17대,18대 회장

전)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

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평가자문단 분과장

전)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 자문위원

전)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행정 옴부즈만

전) 경북테크노파크 3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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