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환은 ‘택리지’(1751)에서 사대부가 살만한 곳의 조건으로 풍수와 경제, 인심, 풍광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자연환경인 풍수와 경치가 좋으면서 경제활동이 원활하고 풍속이 좋은 곳이 사람 살기 좋은 곳이란 얘기다.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은 300년 전 쯤 조선 시대의 조건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자연환경이 좋고 교통이나 교육, 의료, 문화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진 곳이 살기 좋은 곳일 것이다.

미국에서도 살기 좋은 곳을 선정한 것을 보면 우리나 별반 다르지 않다. 시사전문지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제시한 기준은 헬스케어, 교육, 경제, 인프라, 기회, 재정안정성, 범죄 및 교정, 자연환경 등 8개 분야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한 최고 도시가 워싱턴주였다. 워싱턴주는 자연환경이 좋을 뿐 아니라 최고의 기업도시로 부상한 시애틀이 속해 있어서라 한다. 시애틀에는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의 본사가 있어서 안정적 일자리가 풍부하고 치안과 기후가 좋기 때문이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오스트리아 수도 빈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뽑혔다고 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뽑은 것이어서 동양인들의 취향과는 조금 다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140개 도시의 주거환경을 평가한 연례보고서의 내용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것이다.

빈은 지난해 평가에서 7년 연속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명성을 이어오던 호주 멜버른을 2위로 밀어냈다. 빈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굳힌 것이다. 빈은 안전과 보건, 문화·환경, 교육, 인프라 등 5개 분야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점 만점 기준에 99.1을 얻었다.

AFP 통신은 빈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뽑힌 요인으로 알프스에서 제공되는 신선한 수돗물과 편리한 대중교통, 다양한 문화 등을 들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알프스산 신선한 수돗물’이었다. 포항과 인천 등 수돗물에 이물질이 나오는 도시들은 뜨끔할 조사 발표다. 일본 오사카(4위), 도쿄(7위)에 있는데 금수강산이라는 우리나라 도시는 하나도 없어서 안타깝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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