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숲] 성은 어디가고 숲만 남아있네…성주 '성밖숲'
[경북의 숲] 성은 어디가고 숲만 남아있네…성주 '성밖숲'
  • 권오항 기자
  • 승인 2019년 09월 04일 19시 4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05일 목요일
  • 13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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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403호로 지정…수령 300~500년 추정 왕버들 52그루 장관
성밖숲 왕버들과 맥문동이 오랜역사와 새로운 아름다움의 조화가 경이로운 운치를 발산하고 있다.
‘성밖숲’은 성주군 성주읍의 서쪽으로 흐르는 하천인 이천변에 조성된 마을 숲으로 숲의 위치가 지금은 없어진 옛 성주읍성의 서문밖에 있었던 데서 그 명칭이 유래되었다. 이를 통해 보면 조선시대 큰 고을이었던 성주목에도 읍성이 있었음을 알 수 있지만, 지금은 성의 흔적조차 제대로 남아 있지 않고 숲만이 남아 옛 흔적을 전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읍성을 배경으로 성 밖에 자라잡고 있던 조선시대의 ‘성밖숲’은 지금과는 또 다른 경관을 보였을 것이다.

근래 경제 제재 문제가 대두되면서 징용, 종군위안부 등 일제 강점기 반인권적인 침략행위가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지만, 그들이 저지른 침략행위에는 우리가 입은 문화적인 피해 또한 만만치 않음을 ‘성밖숲’의 명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즉 ‘성밖숲’ 명칭의 유래가 되었던 성주읍성이 1910년 일제에 의한 철폐령에 따라 철거되면서 ‘성밖숲’ 명칭의 ‘성(城)’이 사라지고 숲만이 남게 되었던 것이다.
성밖숲 왕버들과 맥문동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성밖숲’에 대한 기록은‘경산지(京山志)’나 ‘성산지(星山誌)’등 성주의 옛 읍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옛날 술사의 말에 따라 밤나무를 대량으로 심고 백성들의 개간을 금한 비보림이었으나, 임진왜란 후 고을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민심이 교활해져서 밤나무는 모두 베어져 훼손되었다 하며, 지금의 왕버들은 그 후에 식재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당시의 명칭은 ‘성밖숲‘이 아닌 서교수(西郊樹)로 되어 있다.
성주읍지인 경산지에 기록된 성밖숲 ‘서교수(西郊樹)’
또한 주민들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예전에 성밖 마을에서 소년들이 이유 없이 죽는 일이 빈번하였는데, 한 지관이 말하기를 마을에 있는 족두리바위와 탕건바위가 서로 마주 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재앙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재앙을 막기 위해 두 바위의 중간지점인 이곳에 밤나무 숲을 조성하여야 한다고 하여 밤나무 숲을 조성했더니 우환이 사라졌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임진왜란 후 마을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밤나무를 베어 내고 왕버들로 다시 조성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숲의 조성에 대한 기록과 구전으로 보면 ‘성밖숲’은 마을의 풍치와 보호를 위한 선조의 자연관을 보여주는 전통적 마을 숲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숲은 마을의 풍수지리와 역사·문화·신앙에 따라 조성되어 마을 사람들의 사회적 활동과 토착적인 정신문화의 재현공간으로 이용되었으며, 전통적인 마을 비보림(裨補林)으로 향토성과 문화적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가야산 자락을 휘굽어 내려오다 이천에서 만난 성밖숲 왕버들의 아름다운 경관이 수면위를 드리우고 있다.
‘성밖숲’은 풍수 지리적으로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비보림인 동시에 하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된 수해방비림이기도 하다. 또한 예전부터 주민들의 이용을 전제로 조성된 마을 숲으로서 전통도시의 마을공원이라 할 수 있는 숲이다.

숲에는 산책로, 광장, 체련단련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설치돼 있으며, 성주군민의 휴식 공간과 산책·운동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매년 5월 개최되는 성주 생명문화축제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숲과 어울릴 수 있는 각종 행사의 개최 장소가 되기도 한다. 아울러 ‘성밖숲’은 성주만이 아닌 인근 대도시인 대구시민들도 많이 찾는 문화공원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성밖숲 내 왕버들 국가지정 천년기념물 403호 안내도
실제로 지난 3월 12일, 성밖숲을 테마로 한 ‘500년 왕버들 숲으로 떠나는 생명여행’이 문화체육관광부 주관‘2019생태테마관광 육성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대한민국 대표 생태 테마관광브랜드로 개발된다. 1억 원의 국비도 확보했으며, 향후 약 5년여의 정부지원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

성주생명문화축제·제6회 참외페스티벌 등을 비롯해 어린이날 행사, 복지박람회, 보랏빛 향기 음악회, 맥문동 마당극 잔치, 전국노래자랑, 미스경북 선발대회, 심산문화축제, 지역민과 함께하는 창작뮤지컬, 한여름 밤의 별빛축제, 성밖숲 힐링음악회 등 지역민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그 명성을 지켜가고 있다.

현재 ‘성밖숲’은 천연기념물 제403호 지정되어 있다. 숲에는 나이가 약 300∼5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왕버들 52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노거수 왕버들이 주 수종으로 구성된 단순림으로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가슴높이 둘레가 1.84∼5.97m(평균 3.11m), 나무 높이는 6.3∼16.7m(평균 12.7m)에 달한다.

숲 내의 왕버들 가운데 광장에 위치하고 있는 왕버들이 가장 큰 나무이며 나무 모양도 아름답다. 현재 전체 수목들 중에는 수간의 윗부분 전체가 절단된 후, 맹아가 자라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거나 고사위기에 처한 개체도 존재하는 등 숲이 매우 고령화된 상황이다.

근래 ‘성밖숲’이 위치한 성주군에서는 숲의 옛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성밖숲’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숲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인 성문회관과 공중화장실을 철거, 성밖숲정보센터를 신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주 수종인 왕버들 이외의 느티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등을 다른 곳으로 옮겨 심고 군내 자생하고 있는 동일 수종의 어린 왕버들을 이식, 왕버들 숲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노거수의 고사 등에 대비하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본 성밖숲과 이천의 전경
‘성밖숲’은 지난 2017년 산림청, 생명의 숲 국민운동, 유한킴벌리 등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하는 등 아름다운 숲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왕버들과 나무 아래 맥문동이 어우러진 여름에 특히 아름답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왕버들의 뿌리를 답압(踏壓)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2011년부터 식재한 지피식물인 맥문동은 매년 8월 중순 보라색 꽃의 물결을 이뤄 지역 주민은 물론 전국 각지의 탐방객과 사진작가 들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주인과 손님이 뒤바뀌어 손님이 주인 노릇을 하듯 역할이 뒤바뀐 모습을 가리키는 한자성어에 ‘주객전도’가 있는데, 아무래도 ‘성밖숲’의 맥문동이 이런 경우에 맞는 표현이 아닐지.

그래도 맥문동만 가득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견딘 왕버들 나무가 함께 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기에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봐야 하니 간접적으로 나마 숲의 존재가치를 높여주는 계기가 될 듯도 싶다. 도움말=박재관 성주군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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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항 기자 koh@kyongbuk.com

고령, 성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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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우 2019-09-05 15:05:21
성주성 북문과 성벽이 복원 중인데 성이 없다니요? 임정사에도 북쪽 성벽이 일부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