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천자문에 ‘망담피단(罔談彼短)’, ‘미시기장(靡恃己長)’이라는 구절이 있다.

‘남의 단점에 대하여 말하지 말고, 자신의 장점을 믿지 말라’는 뜻으로 맹자와 상(商)나라 재상 부열의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맹자는 공자 사후 100여 년이 지난 기원전 372년에, 공자의 고향인 노나라와 이웃한 추나라에서 태어났다.

중국에서 춘추시대가 끝나고, 전국시대가 시작된 것이 기원전 453년. 공자는 춘추시대 말기에 활동한 인물이고 맹자는 전국시대 중기에 활동했던 사람이다.

공자와 맹자는 직접으로 가르침과 배움을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공자 다음 하면 맹자를 생각하게 된다. 공자의 학문은 증자와 10대 제자인 십철(十哲)에게로 전수된다. 증자는 비록 10대 제자에는 들지 않지만,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스승이 되어 공자의 학문을 전해주게 되고, 자사는 수많은 제자를 두었으나, 문하생 중 뛰어난 학문적 재능을 지닌 인물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사의 제자 가운데 현재까지 이름을 전해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맹자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죽은 뒤 30여 년이 지나 태어났으므로, 자사에게서도 직접적으로 공자의 학문을 배운 사실이 없다. 스스로 공자를 사숙하여 큰 학문적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 보여 진다.

‘망담피단’ 즉 ‘남의 단점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맹자는 “남의 잘못과 단점을 말하다가 훗날 나의 잘못과 단점이 드러나면 어찌할 것인가?” 라고 했다.

사람들은 남의 단점 말하기를 즐겨 한다. 인간의 좋지 않은 속성이다. 서로 대화를 나눌 때 상대의 과거 잘못을 들추어내곤 한다. 이게 싸움이 되고 세상을 혼탁하게 만든다.

맹자는 “편파적인 말에서는 마음을 가리고 있음을 알 수 있고, 늘어놓는 말에서는 함정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간사한 말에서는 이간시키려 함을 알 수 있고, 변명하는 말에서는 궁지에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느니라.” 고 해 말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언어의 조심성과 신중함에 관한 맹자의 말씀. 지금 정치인들이나 학자들이 새기고 또 새겨야 할 말인 것 같다.

‘미시기장’ 즉 ‘자신의 장점을 믿지 말라’는 말은 중국 고대 상(은)나라의 제22대 임금인 무정과 명재상 부열에 관련된 이야기다.

고종이라고도 불리는 무정 임금은 훗날 성천자(聖天子)로 불릴 만큼 나라를 잘 다스렸는데, 그것은 부열이라는 명재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날 재상 부열이 무정 임금에게 말하기를 “스스로 자신을 선하다고 하는 사람은 이미 그 선함을 잃은 사람이다”라고 했다. 이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반드시 경계하고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지금 각종 언론을 장식하는 뉴스에서 한때 남의 단점을 콕콕 찍어 지적하고 비판하기를 좋아했던 유명 인물이 이제 자신의 흠집이 여러 가지로 드러나면서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 안타깝다.

‘남의 잘못과 단점을 낱낱이 밝히다가 훗날 자신의 잘못과 단점이 드러나면 어찌할 것인가’라고 했던 맹자의 말씀이 새삼스럽게 뇌리를 스친다.

그리고 자신이라야 개혁할 수 있고 자신만이 바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 자신의 장점,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스스로 자신을 선하다고 하는 사람은 이미 그 선함을 잃은 사람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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