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개혁의지·전문성 갖춰"·정의 "문 대통령 결정 존중"·한국 "대한민국 법치주의 사망"
해임결의안·국조·특검 추진…바른미래와 대여 투쟁 공조

9일 오후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대구 시민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장 수여하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이날 시민들은 텔레비전을 잠시 보고 고개를 돌리거나 임명장 수여를 외면하기도 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야당 및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을 전격 임명하면서 정국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그동안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놓고 격렬한 사퇴 공방을 벌였던 여야는 사생결단의 정면 대결을 예고하고 있고 향후 수사 과정에서 여권과 검찰 간의 충돌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심기일전의 각오를 밝히면서 야당의 그간 의혹 공세를 비판하고 검찰 개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당의 정면돌파 시도에 맞서 제1·2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정권 몰락”이라고 경고하면서 전방위적인 고강도 대여투쟁을 예고했다.

특히 야당이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 특검 추진을 놓고 본격적 공조 방침을 밝히면서 조 장관 문제를 고리로 추석 연휴 이후 시작하는 정기국회 일정에도 적신호가 들어올 전망이다.

청문 정국에서 조 장관을 ‘검찰 개혁 적임자’로 옹호했던 민주당은 청와대의 임명 발표 직후 검찰 개혁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법무·사법 개혁에 대한 의지와 전문성을 갖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환영한다”면서 “새로운 법무부 장관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이 흔들리면 없이 완수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도 조 장관 임명에 앞서 열린 최고위에서 “권력기관 개혁에 다시 신발 끈을 조이겠다”면서 “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자세로 심기일전해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권력기관 개혁 등을 통해 개혁 정책 동력을 살리면서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검찰이 주요 시점에 대규모 압수수색을 하고 인사청문회 당일에는 조 장관 후보 부인을 전격적으로 기소하는 등 사실상 정치를 하면서 검찰개혁 저지를 시도했다는 인식도 강하게 깔렸다.

젊은 층과 중도층 위주로 일부 민심 이반이 있기는 하지만 청문 정국을 거치며 지지층이 오히려 결집한 상황에서 사법개혁 이슈를 포기할 경우 정권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조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입시 논란이 젊은 층의 이탈로 이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입시제도 개혁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조 장관 임명에 강하게 반발하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연 뒤 청와대 앞에서 규탄 집회를 할 계획이다.

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조국 임명은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검찰을 압박한 것으로도 모자라 국민을 지배하려는 시도이다. 국민 기만, 국민 조롱”이라면 “오늘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미 해임결의안과 국조, 특검 추진 등도 예고한 상태다.

황교안 대표는 조 장관 임명 전 열린 최고위에서 “핵심 혐의자인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수사 외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이 검찰 수사 계속 훼방하고 끝내 임명을 강행한다면 특검과 국정조사로 불법을 밝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 몰락해도 좋다면 조국 임명을 강행하라”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에서 “분열과 갈등의 화신인 문 대통령은 낯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동하고 향후 대여 투쟁에 대한 공조방침을 밝혔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정의와 공정의 가치 기준 속에서 뜻을 같이하는 범야권의 모든 분과 힘을 모아서 강력히 대응하기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다만 야당 가운데 유일하게 조 장관에 대해 적격 의견을 밝혔던 정의당은 “사법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조 장관 임명을 놓고 정면충돌 하면서 당장 교섭단체 대표 연설(17∼19일) 및 국정감사(9월 30∼10월 19일) 등의 정기국회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조와 특검 등을 놓고 대치가 길어지면 연말 예산 국회의 진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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