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임명…檢 개혁도 수사도 흔들리지 않길
조국 임명…檢 개혁도 수사도 흔들리지 않길
  • 연합
  • 승인 2019년 09월 09일 21시 19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10일 화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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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조 장관은 지난달 9일 지명된 지 한 달 만에 후보자 꼬리표를 뗐다. 검증 과정에서 그와 가족에 대해 제기된 여러 의혹 논란과 진영 대결도 분수령을 맞게 됐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에게 임명장을 준 뒤 대국민 메시지 등을 통해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완수를 임명 사유로 밝혔다. 조 장관과 가족 의혹이 시민들에게 안긴 공정 가치 훼손 논란과 상실감을 절감한다며 교육개혁 등 국민 요구를 받들겠다고도 했다. 전례 없는 찬반 다툼에도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적어도 그 자신이 실정법을 위반한 건 발견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된다고 문 대통령은 강조했다. 조 장관과 가족, 주변인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박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이 부분은 집무 안정성을 고려할 때 중요하다고 본다. 야당의 공세에 밀려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개혁 주도권을 잃을 거라는 우려가 밑바탕에 깔렸을 것이다. 무엇보다,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이 시대 과제이자 국민 요구라는 인식 아래 이 현안에 조 장관만 한 적임이 없다는 생각 역시 임명 강행의 주된 이유로 보인다. 조 장관은 문재인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아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방안을 다뤘다. 노무현정부 때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문 대통령은 조 장관과 여러 경험을 공유하며 사법개혁 신념이 비슷한 만큼 앞으로 장관직 수행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임명 강행에 대한 정치권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인사권을 존중한다고 밝혔으나 주요 야당은 강력한 비난을 퍼부었다. 야당 논평은 정치적 후폭풍 강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오늘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사망했다”면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규탄했다. 바른미래당은 “오늘은 역사의 수치로 기록될 것이다. 이게 나라인가”라고 물었다. 지난 한 달간 이어진 조국 정국은 ‘시즌 투’로 접어들 공산이 커졌다. 우선 검찰 수사가 변수로 꼽힌다. 조 장관 부인이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됐고, 가족이 출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와 투자받은 업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수사가 어디로 튈지 모르니 불확실성이 증폭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조 장관은 수사 상황을 보고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해 충돌 역시 논란거리가 된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이미 수사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검찰은 검찰대로 수사하고 조 장관은 조 장관대로 일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 장관 본인이 수사받아야 할 처지에 몰릴 수 있고, 맞물려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의 갈등이 격화할 수도 있다. 청와대와 여권은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정치 행위를 일삼으며 개혁에 저항한다고 몰아세운 지 오래다.

법무부와 검찰의 대립을 떠나 국정 운영 전반과 의회의 여야 관계에서 파문이 예상된다. 당장 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 장관 해임건의안을 추진하려 한다. 여권 입장에선 안 그래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구하기 어려운 한국당의 의회 내 협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봐야 한다. 제3 원내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다. 패스트트랙 입법으로 제도화 골격이 결정될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신설은 한층 지난한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당의 경찰 출석 거부로 진통 겪는 패스트트랙 충돌 고소·고발 사건 역시 검찰이 수사에 나선다면 파장이 상당할 것이다. 현정부와 20대 국회가 그토록 강조한 의회 협치는 실종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야당의 무기인 정기국회 국정감사와 내년 예산안 심사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결정적으로 총선 기상도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여권이 조국과 동의어로 간주하다시피 하는 검찰 개혁은 총선의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다. 총선까지는 그러나 시간이 많다. 의회 기능 마비는 국가 재난이며 국민 피해인 만큼 모두 걸기식 파국만큼은 최대한 피하길 바란다. 의도했든, 안 했든 정치의 영역에 발 들이게 된 검찰의 움직임과 사법적 판단에 정치가 휘둘리는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 흐름은 모두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건 자칫 선출 권력인 의회와 대통령의 정통성을 약화하고 대표성과 책임성을 무력화하는 민주주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검찰은 동시에, 문 대통령의 주문대로 살아있는 권력에 눈치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사하고 국민 신뢰를 얻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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