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지난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도니제티(G.Donizetti)의 대표작이며 벨칸토(Bel Canto, 18세기에 성립된 가창법으로 아름다운 노래) 시대 걸작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개막작으로 10월 13일까지 계속되는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1845년 이탈리아 ‘산 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된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1600년대 중반 스코틀랜드의 비극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국 작가 월터 스콧(W. Scott)의 소설 ‘래머무어의 신부(The bride of Lammermoor)’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인물의 심리 묘사와 갈등 표현의 귀재인 대본가 살바토레 캄마라노(S.Cammarano)와 작곡가 도니제티가 함께 만들어낸 벨칸토 오페라 중 가장 손꼽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무대에 오페라 작품들이 오르기까지에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의 피, 땀, 눈물이 곳곳에 배어있다. 작년 축제 끝 무렵부터 장고 끝에 축제에 선보일 작품들을 선정한 뒤 최상의 축제를 선보이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지난해 12월의 공개 오디션과 평상시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수시 오디션을 통해 국내외의 숨은 인재를 최대한 발굴하고자 하였으며 전 세계 기획사들과 연계하여 지휘자, 연출자 및 출연진을 추천받고 각 작품에 어울리는 최상의 주, 조역 성악가들을 선정하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개막 공연이 있던 지난 9월 5일 목요일 저녁, 생각보다 많은 외지 관객 분들과 평론가, 원로 오페라 전문가들이 찾아주셔서 2시간 30분 동안 객석 뒤에 서서 긴장감 속에 공연을 지켜보았다. 중간 인터미션 시간에 바쁜 일정 속에도 멀리 서울에서 축제를 보러 오신 연출자 장수동 선생님을 잠시 뵈었는데 곡의 전반적인 해석이 우수하고 성악가들의 기량이 고루 균형을 잘 이룬 것을 보고 놀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또한 평론가 류태영 선생님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이기도 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보기 위해 해외 극장에도 여러 번 갔었는데 이제는 해외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극찬을 하시기도 했다.

개막 공연과 토요일 양일 공연은 지난해 개막 공연처럼 만석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매일 1000여 명이 넘는 관객들이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찾아주셨다. 더욱 고무적인 일은 개막 공연을 네이버TV 생중계로 방영하여 공연장을 찾지 못한 국내외 관객들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였는데 무려 10만여 개의 하트를 받았으며, 대구광역시 공식 유튜브를 통해 송출된 영상도 1500여 명이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공연장에 오신 분들은 모두 느끼셨겠지만, 필자가 공연예술본부장이란 직책을 맡고 올해 개막 공연과 같이 흐느끼며 눈물을 보이고 기립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의 반응을 본 적이 없었기에 그날 밤은 흥분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시는 많은분들 가운데에는 공공 극장에서는 여러 중견 성악가들이 골고루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시는 분도 있다. 필자 역시 보다 많은 성악가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재의 공연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재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연평균 10여 편 남짓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반면 얼마 전 제1회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에 함께 했던 오스트리아 빈슈타츠오퍼의 경우 월 평균 5편 남짓, 올해만 360회의 오페라 공연이 있다. 그들은 상주단체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인원만 300여 명이 넘어가고 소속 성악가만 50여명이 넘는다. 비록 오페라 제작 편수로도, 인력풀이나 예산도 비교가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무대에 오르는 10여 편의 ‘작품 수준’만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정도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것이야말로 국내외 굴지 글로벌 기업의 관심과 후원을 이끌어 내어 재정 자립도를 높이고 후대에 빈슈타츠오퍼와 같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극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확신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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