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5일 경주시 황룡원 건명홀에서

영축산일월오봉도

‘민화’와 ‘옻’과의 만남이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주 출신으로 부산에서 현직 약사로 일하고 있는 이영실(60) 민화 작가가 전통 안료인 옻으로 그린 민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전통 안료가 민화를 만나면서 민화의 품격을 한껏 높이고 있다. 옻칠 민화 작품은 강렬하면서도 친근하고, 포근함으로 다가온다.

민화가 전통 안료를 만나 기존의 민화의 격을 높인 가장 한국적인 민화로 탄생했다.

지난 4일부터 10일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 1관에서 옻칠민화전 ‘라라(羅羅)랜드’를 가진 이영실 작가는 11일부터 25일까지 경주시 황룡원 건명홀에서 이어서 가진다.

전시회에는 옻칠 입히고 나전(자개)으로 수놓은 현대민화 근작들로 개인전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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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실 작가는 전시회를 하면서 “저는 가장 한국적인 그림인 민화를 우리 전통 안료인 옻과 나전을 이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고 얘기하고 있다.

“옻그림은 금세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내가 필요해 옻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면서 교훈과 미학을 깨닫는다”며 “달은 옻칠 바탕의 어두움 때문에 더욱 밝게 보인다. 우리 삶도 가장 어려울 때 가장 큰 희망을 품을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옻칠 민화 예찬을 했다.

작가가 옻을 만나게 된 것은 옻칠 민화 그림의 대가로 일가를 이룬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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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 영축산 자락 통도사 경내 작업실에서 스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4년여 동안 용맹정진해 그려온 민화도상의 옻칠그림 40여 점을 관객 앞에 처음 내놓았다.

출품작들은 갈색조의 옻과 안료를 섞어 한국인에 친숙한 민화의 동물, 무늬 등의 다양한 도상과 영축산 일대의 현실 풍경을 표현하고 자개로 세부를 수놓았다.

특히 ‘영축산일월오봉도’는 가로 5m, 세로 1m48의 대작. 조선시대 임금의 용상 뒤에 놓이는 일월오봉도 병풍의 산 부분에 영축산의 장쾌한 자태를 겹쳐올린 구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민화의 소박한 필치로 그린 통도사의 봄매화, 여름 소나무의 그림과 절집 안팎의 벽에 그려진 민화풍의 호랑이 벽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호랑이 두 마리의 그림들도 시선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20대 시절부터 미술학원을 다니며 그림의 꿈을 다지던 작가는 50대 들어 민화 대가 송규태 작가의 가르침을 받으며 입문했다.

그러다 4년 전 성파 스님의 전시회를 본 뒤부터 본격적으로 옻칠 민화 작업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재료를 다루기가 까다롭고 힘들지만, 색감이 깊고 묵직하며, 은은한 기품을 자아내는 옻칠 재료를 통해 현대민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고 싶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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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엠마 스톤이 주연한 2016년작 할리우드 영화의 제목을 그대로 전시 제목에 빌어쓴 건, 영화 제목에 담긴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환상의 세계’란 의미가 자신이 민화에 담고 싶었던 뜻과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이영실 작가는 효성여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경주대학교 대학원 문화재학과에서 한국 민화의 중조로 불리는 조자용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자용 기념사업회 이사, 한국 민화학회 이사, (사)한국민화센터 이사, 경주 민화협회 회장 등으로 일하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은 ‘조자용의 민화 운동 연구’다. 이 논문은 조자용의 생애와 학문, 사상을 학문적으로 종합 정리한 최초의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영축산일월오봉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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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일월오봉도 4.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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