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밴드·자동차 공기청정기 등 소형 가전제품까지 등장
김영란법 이후 고급-실속형 선물 양극화 더욱 뚜렷해져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조모(55)씨는 유명 커피숍과 극장에서 쓸 수 있는 기프티콘과 모바일상품권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그는 “직접 대면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보낼 수 있어 편리하다. 현금이 아닌 데도 현금처럼 쓸 수 있어서 다들 만족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과와 배, 햄, 양말, 정육과 같은 전통적인 추석 선물과는 결이 다르다. 추석 명절 선물이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셈이다.
1990년부터 백화점에서 근무한 서충환 롯데쇼핑 대구경북 홍보팀장은 “조미료와 설탕, 양말, 치약세트, 패션잡화, 건강기능식품 등을 넘어서서 이제는 소형 가전제품을 건네는 시대”라면서 “1994년에 상품권이 부활하면서 명절 선물의 단가가 많이 오른 것으로 기억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는 900만 원 짜리 와인 선물 세트를 판매하고 있는 것처럼 고급 선물과 5만 원 이하 실속형 선물로 양분화하고 있다”면서도 “사람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선물은 빳빳한 현금이나 상품권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명절 선물의 빈익빈 부익부도 여전하다. 2016년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양극화가 더 뚜렷해졌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이일 차장은 “35㎝ 이상의 참굴비로 구성된 350만 원 짜리 선물세트와 3700만 원 짜리 와인 세트를 마련하고 있다”며 “김영란법이나 가성비에 구애받지 않는 소비층으로 충성도가 높은 VIP 고객층에서 명절마다 고가의 선물을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화점 근무 20년 경력의 이수연 대구신세계백화점 홍보담당은 또 “50년대 달걀, 60년대 설탕과 세탁비누, 70년대 화장품세트를 거쳐 80년대부터 고가 굴비와 과일 세트가 주류를 이뤘고, IMF 외환위기가 닥친 90년대는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 각광을 누렸다”면서 “최근에는 10만 원대 견과류와 버섯 세트도 잘 나가지만, 90만 원대 영광 참굴비 세트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자기소비형 선물세트도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마트 대구점에서는 당도가 월등히 높은 청포도 종류인 국산 샤인머스켓과 멜론으로 엮어 만든 6만9800만 원 짜리 선물세트도 인기다. 이장희 이마트 대구점 대리는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할 수도 있고, 평소 구매하기가 어려웠던 과일을 나에게 선물하는 재미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뭐니뭐니해도 제사상에 올릴 수도 있고 저장성도 뛰어나지만, 가격은 비싸 봐야 5만 원 정도인 사과 등의 과일 세트가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