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범위 축소되고 가치관 변화 따른 다양한 방법 인정받아

충청도가 고향인 이모(38)씨는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추석 연휴가 기다려진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오는 11일부터 이씨는 아내, 딸과 강원도 속초로 ‘추캉스(추석+바캉스)’를 떠나기 때문이다.

명절 차례 등 가족 행사는 물론이며 귀향·귀성길 운전 대한 부담 또한 이미 지난 주말 친척들과 함께 본가에 모여 지낸 이른 차례와 함께 날려버렸다.

이씨는 “교통이 혼잡한 연휴 기간을 피해 미리 차례를 지내고 친척들과 인사를 나눈다는 느낌으로 본가에 다녀왔다”며 “조상들도 찾아뵙고 여행을 통해 같이 사는 가족과도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 가족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연휴를 오롯이 자신만의 휴식 시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디지털 디톡스’를 선택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디톡스는 몸의 독소를 뽑아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디톡스는 몸의 독소를 빼내듯,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명상과 독서 등 아날로그적인 생활로 정신적 휴식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대구에서 직장생활 중인 황모(34·여)씨는 “휴일마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 화면만 쳐다보거나 중요도가 높지 않은 업무 전화 등에 스트레스만 쌓여 휴일 같지 않은 휴일이 많았다”며 “이번 연휴엔 휴대폰과 TV를 끄고, 3년 전부터 읽으려고 장만해둔 15권 분량의 장편 소설을 읽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차례를 지내고 친지 맞이에 바빴던 명절 연휴가 휴식과 여행, 자기 만족을 위한 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5일 여행여가 플랫폼기업 ‘여기어때’가 ‘사람인’과 공동으로 직장인 25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석연휴’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행계획을 묻는 질문에 국내여행은 84%, 해외여행은 15%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추석은 징검다리 연휴를 위한 연차사용이 어려운 탓에 직장인 대부분이 가깝고 부담이 적은 국내여행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응답자들 중 ‘일본 여행’을 가는 비율(8%)이 눈에 띄게 줄어든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사람인 조사 여름 휴가지 1위를 기록한 일본(35%)은 불매운동 분위기가 확산한 이후 27%나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지리·공간적 분리 확산, 전통적인 성 역할 인식의 파괴, 서구식 문화로 인한 개인주의로의 변화, 차례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규원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이라는 범위가 예전보다 크게 축소돼 친인척들로부터 느끼는 소속감, 귀소 의식 등이 낮아졌다”며 “한가지 방식으로만 명절을 지내야 한다는 의식이 점차 변화하며 다양한 방법이 인정받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