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개헌 목표로 우익 중용 개각…한일 관계 '먹구름'
아베, 개헌 목표로 우익 중용 개각…한일 관계 '먹구름'
  • 연합
  • 승인 2019년 09월 12일 00시 13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12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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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료 19명 중 17명 교체…문부과학상·총무상에 극우파 기용
‘결례 외교’ 고노 방위상으로…38세 고이즈미 환경장관 임명
11일 단행된 일본 개각에서 총무상에 임명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가 도쿄 총리 공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1일 극우 성향의 측근들을 대거 중용하는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다.

자위대의 헌법 명기를 위한 개헌을 기치로 내걸고 치른 지난 7월의 참의원 선거 후에 새로운 진용을 꾸린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적 과오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거나 영토에 관해 억지 주장을 한 인물들을 발탁하고 측근 중심의 진용을 짜 아베 내각의 고질적 문제로 거론됐던 ‘친구(友達)내각’, ‘회전문 인사’가 반복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우익 사관을 가진 인물들이 중용돼 역사 인식 문제를 놓고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한일 관계는 해결의 출구를 찾기는커녕 오히려 한층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한 후 9번째로 단행한 이번 개각에서 자신을 제외한 각료 19명 중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제외하고 17명을 교체했다.

외무상에는 경제산업상,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정무조사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이 임명됐다.

문부과학상에는 아베 총리의 특별보좌관 출신으로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불리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임명됐다.

아베 총리를 대신해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적 장소인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공물을 전달해온 하기우다 신임 문부과학상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1993년)를 폄하하고 이를 대신할 새로운 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 등을 놓고 외교적으로 한국과 대립 수위를 높여온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방위상으로 중용됐다.

수출 규제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산업상(경산상)에는 처음 입각한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중의원 의원이 임명됐다. 그는 자민당 재무금융부 회장, 후생노동성 정무관, 경산성·재무부 부대신(차관) 등을 역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이자 ‘포스트 아베’ 주자 중 한 명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중의원 의원은 전격적으로 환경상에 발탁됐다.

지난달 7일 결혼 계획을 발표한 고이즈미 신임 환경상은 올해 일본 ‘패전’(종전) 기념일인 지난달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우익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다.

총무상에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이 재임명됐다.

그는 2014~2017년 총무상 재직 시절 현직 각료 신분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비판을 받은 초극우파 인사다.

특히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시절이던 2013년 5월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1995년)와 관련해 “침략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오키나와(沖繩)·북방영토 담당상은 잦은 막말로 물의를 빚었던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이 맡았다.

1993년 아베 총리가 초선의원으로 정계 입문했을 때부터 개헌, 역사 인식 등에서 함께 움직인 ‘동지’로 알려진 그는 지난 8월 일본을 찾았던 한국 의원들에게 ‘과거 일본에선 한국을 매춘 관광으로 찾았는데 나는 하기 싫어서 잘 가지 않았다’는 취지의 막말로 논란을 빚었다.

후생노동상에는 2017~2018년 재직했던 아베 총리의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총무회장이 재기용됐다.

아베 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지난해 당 총재 선거 때 라이벌이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지지 세력은 철저히 배제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함께 단행한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은 유임시켰다.

자민당 내 2인자인 니카이 간사장은 오는 2021년 9월 3선 임기가 만료되는 아베 총리의 4연임을 주장해 장기 집권 포석을 깔아둔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자민당 내 주요 파벌을 대표하는 니카이 간사장과 기시다 정조회장을 유임시킨 것은 향후 개헌 추진 과정에서 야당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포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총무회장에는 스즈키 순이치(鈴木俊一) 오륜상을, 선거대책위원장에는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을 임명했다.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정책을 주도한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익 인사를 중용한 아베 총리는 개헌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이날 오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헌이 자민당 창당 이래의 비원(悲願)이라고 거론하고서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결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새 내각이 ‘안정과 도전의 내각’이라고 규정하고서 “새로운 시대의 나라 만들기를 힘차게 추진하기 위한 포진을 갖추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야당은 혹평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간사장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부재한 ‘친구·측근 중용 내각’”이라고 비판했으며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국민민주당 대표는 “무엇을 하는 내각인지가 보이지 않는다. 정책적으로도 각료의 자질에서도 추궁할 것이 산처럼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주요 포스트를 차지한 아베 총리의 측근 또는 우익 성향 인사들은 퇴행적인 역사 인식을 표출하거나 한일 관계에서 강경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신임 외무상은 북한 문제와 관련된 한일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징용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해 일한 관계의 기초를 뒤집고 있다”며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아베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로서는 국제법에 토대를 둔 한국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방침은 일관된 것이며 새로운 체제에서도 아주 조금도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징용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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