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차질 생겼다"…"카다피에 일어난 일 보라"
"난 그후 김정은 비난안해…北은 가장 믿을 수 없는 실험 중 하나"
볼턴 경질 이어 리비아 모델도 부정…북미회담 진전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북한이 9월 하순 대화에 나설 의향을 밝힌 가운데 북한이 극도로 거부해온 리비아 모델을 부정하며 유화의 손길을 내민 것이어서 향후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또 북한의 잠재력에 대해 “가장 믿을 수 없는 실험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말까지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할 경우 반대 급부로 체제 보장과 경제 번영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그(볼턴)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을 때 일종의 매우 큰 잘못을 한 것”이라며 “그것은 좋은 언급이 아니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카다피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며 재차 “그것은 좋은 언급이 아니었다”라고 강조한 뒤 “그것은 우리가 차질을 빚게 했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해 “나보다 불필요하게 더 터프하다”라고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 방안으로 제시한 리비아 모델은 ‘선(先) 핵포기-후(後) 보상’을 말한다.

리비아는 2003년 3월 당시 지도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가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포기 의사를 밝히고 비핵화를 이행했지만 2011년 반정부 시위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은신 도중 사살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북한이 극도의 적개심을 보여온 ‘대북 강경파’ 볼턴 전 보좌관을 전날 전격 경질한 데 이어 그가 북한의 강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주창해온 리비아 모델까지 잘못된 정책이라고 부정한 셈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6월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가 지연되는 가운데 지난 9일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이달 하순에 대화할 의향을 밝힌 데 적극 호응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1차 북미정상회담 논의가 이뤄지던 작년 5월 볼턴 전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언급에 북한이 반발하며 난항 조짐을 보이자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에서 우리는 그 나라를 초토화했다. 카다피를 지키는 합의가 없었다”고 언급해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경제적 번영은 물론 체제 보장까지 해줄 수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또 다른 질문에서도 “존 볼턴이 리비아 모델에 대해 언급했을 때 우리는 매우 심하게 차질이 생겼다. 그는 잘못했다”며 작심한 듯 볼턴 전 보좌관과 리비아 모델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그가 그것, 리비아모델을 언급하자마자, 그 무슨 재앙이냐”라며 “리비아 모델로 카다피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 그리고 그(볼턴)는 북한과 협상하면서 그것(리비아모델)을 사용하고 있었다?”라고 반문했다.

이어 “나는 그 후에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말한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며 “그(김 위원장)는 존 볼턴과 함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런 말(리비아 모델)을 하는 건 터프함의 문제가 아니라 현명하지 못함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 한국 사이에 있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국민을 갖고 있다”며 “나는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들(북한)이 거기에 이르길 원한다고 생각한다. 지켜보겠다”며 “내 말은 그들이 그렇게 할지도, 안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여러분들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북한이 엄청난 뭔가가 일어나는 것을 보길 원한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이것은 가장 믿을 수 없는 일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여러분이 긍정적인 측면에서 한 나라를 본다면 이것은 이제껏 가장 믿을 수 없는 실험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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