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9번째 한미정상회담…비핵화 협상 놓고 의견 조율할 듯
‘지소미아 종료’ 이후 부상한 한미관계 균열 우려 불식 주목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청와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청와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거대한 톱니바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관측을 해본다”(청와대 고민정 대변인, 13일 브리핑)

문재인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미국 방문을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교착 상태에 있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조심스럽게 숨통을 틔우는 국면에서 ‘촉진자 역(役)’에 다시금 힘을 내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후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던 비핵화 정국에서 북한이 대화 의지를 밝히는 등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면서, 문 대통령이 한반도문제의 직접적 당사자이자 북미대화의 산파역으로서 다시금 역할을 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달 하순 미국과 비핵화 실무협상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만큼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조속히 비핵화 협상에 응할 것을 촉구하면서 북핵 해결의 로드맵과 단계적 이행문제에 관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한미 관계 균열 우려를 불식하고 동맹관계를 재점검하는 것도 이번 방미의 또 다른 중요 관전포인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등 의외의 ‘청구서’를 꺼내들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 비핵화 협상 ‘곳곳’ 청신호…文대통령 촉진자역 ‘드라이브’ 주목

당초 올해 유엔총회에는 문 대통령과 함께 ‘투톱 외교’의 한 축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리 참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1·2년차 모두 유엔 총회에 참석했던데다 북미협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한반도 정세가 교착된 상황에서 총회 참석이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상황인식이 깔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직접 유엔총회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청와대가 그만큼 북미 비핵화 대화가 중대한 국면을 맞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온기가 돌 만한 이벤트들이 이어지면서 ‘촉진자’ 문 대통령이 운신할 폭도 다시금 넓어졌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복수의 공개석상에서 북한을 ‘불량국가’로 지칭하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을 향해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긴장의 수위가 높아졌었다.

그러나 최 부상이 지난 9일 “이달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을 두고 미국이 ‘고무적’이라고 화답함으로써 정세의 물줄기는 다시 대화와 협상 쪽으로 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어느 시점에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느 시점엔가 그렇다”고 답해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기대를 키웠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해임된 것도 최근의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대화 재개의 의지를 밝혀온 만큼 제3차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양측의 실무진이 하루빨리 실무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는 점을 설득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6월 말 판문점 회동 후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모색되고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에 접근하는 방식을 두고 가장 크게 이견을 보여 온 만큼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한 북미의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할지도 관심사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로드맵과 단계별 이행계획을 그리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일정한 ‘중재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가능성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의 거리를 어느정도 좁혀내느냐에 따라 문 대통령 촉진자 역할의 성패가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정의하고 로드맵을 그리는 포괄적 합의를 원하는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출발점으로 삼아 비핵화를 이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북한이 제재완화 및 체제 안전보장 등을 미리 확약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상응조치’에 대한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어느 정도로 끌어낼 수 있느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 ‘빛샐틈’ 없는 한미동맹 재확인…방위비 분담금 등 ‘청구서’는 변수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서는 한일 갈등 국면에서 불거진 한미관계 균열 우려가 얼마나 불식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미국 정부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전례없는 실망과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표출해왔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직후 청와대는 “미국이 우리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미국은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과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견과 함께 이번 결정이 앞으로의 한미 동맹 운용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결국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 측의 우려에도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을 설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동맹 균열과 관련한 우려가 살아 있으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물론, 한미 간 산적한 동맹 관련 현안을 조율하는 과정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비판하기는 했으나 한미 정상 차원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를 공표한다면 한미 간 갈등 우려는 불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미국의 불만에도 동맹의 틀 자체에는 변화가 없고 양국 사이에는 다양한 수준의 소통이 여전히 빈틈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손익 계산에 철저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일방적 이익만을 앞세운 ‘카드’들을 회담에서 꺼낼 경우 한미 양측의 의견이 노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연설 중에 “우리의 동맹들이 적들보다 우리를 훨씬 더 많이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미국이 전 세계를 돕느라 많은 돈을 쓴다면서 한국과 일본 등을 거론했었다.

이에 따라 이달 중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이 대폭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 日 경제보복 후 첫 다자외교 무대…아베 총리와의 만남은 미지수

이번 유엔총회는 일본이 통관 절차에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취한 후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다자외교 무대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보복 후 공식 석상에서 일본이 취한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극일’(克日) 의지를 앞세웠다.

이 때문에 유엔 회원국들의 정상 다수가 모이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보복과 이에 우리 정부가 강구한 대책 등을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이미 WTO(세계무역기구) 회의 등 각종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점을 알려 왔다.

지난달에는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이 올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이 프랑스를 방문한 데 이어 영국을 찾아 각각 현지 정부 당국자와 면담하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일본이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할 것에 대비해 사전에 우리 측의 입장을 충분히 알리고 설득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 같은 여론전에 이어 문 대통령이 유엔 외교 무대에서 일본 경제보복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면 그 파급 효과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맥락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유엔총회 기간 한일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묻는 말에 “양자 정상회담 일정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알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어느 나라들이 검토되는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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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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