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지난 11일 아베 신조 총리는 ‘안정과 도전의 강력한 포진(布陣)’을 기치로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은 2012년 12월 제2차 집권을 시작한 이후 9번째 단행한 개각으로써, 당·정 핵심 요직은 유임시키면서, 각료 19명 중 17명을 대폭 물갈이했다. 예상대로 아베 정권을 견인해 온 아소 다로(麻生太?)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은 유임되었고, 9선 중진으로 당내 신망이 높은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올림픽 담당상이 총무회장에 기용되었다. 더욱이 개헌 논의에 소극적인 여당 의원들에게 ‘직장 포기’라는 막말을 쏟아냈던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을 당 선대위원장에 앉힌 점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이다. 아소 다로 부총리를 필두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경제산업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 등 아베 총리와 정치적 이념이 가까운 강경 우파 인사들을 내각에 대거 기용했다.

교도통신이 11∼12일 실시한 긴급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5.4%를 기록해 지난달 17∼18일 조사 때보다 5.1% 포인트 상승했다. 아베 총리가 단행한 개각과 자민당 주요 당직자 인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50.9%였으며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31.4%였다. 이러한 수치의 결과는 차세대 총리감으로 인기가 많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중의원을 환경상으로 발탁한 의외의 인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개각의 속내는 아베 정권이 ‘전후 레짐으로부터의 탈각’을 통해 ‘강한 국가’를 건설하려는 정치적 함의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강경파로 포진된 아베 총리의 이번 개각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첫째, 일본회의 관련 인물들의 대거 약진이다. 아베 총리가 발표한 신임 각료 명단을 보면 19명 가운데 15명이 일본회의가 지원하는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일본회의 주요 각료로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 등을 소개할 수 있다. 일본회의는 1970년대 중반 우파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1981년 결성된 보수계 문화인 조직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통합되어 1997년 설립됐다. 일본 전역에 풀뿌리 조직을 두고 있으며 회원 수는 약 3만 8000여 명에 달한다.? 일본회의의 지원을 받는 의원들은 일본 국회의원 전체에서 40% 정도지만 2014년 9월 제3차 아베 내각 시기부터 대거 입각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아베 개각에서는 일본회의 관련 인물들이 무려 79%나 차지했다.

둘째, 개헌을 위한 숙원 드라이브로의 활용이다. 아베 총리는 개각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개헌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개헌의 중심은 헌법 9조이다. 헌법 9조는 전쟁과 전력(戰力) 보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이 조항을 고쳐 일본을 전쟁 가능한 보통 국가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간부 회의에서도 레이와(令和) 시대의 새로운 도전으로 우리 당의 오랜 세월 ‘비원(悲願)인 헌법 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강력하게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집권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아베 총재의 의향에 따라 당이 모두 나서 ‘헌법 개정을 향해 노력을 거듭하고 싶다’고 답례했다. 이처럼 이번 개각은 아베 총리의 친위 세력을 대거 포진시켜 헌법 9조 개정을 추진하기 위한 허들을 제도적으로 낮추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셋째, ‘포스트 아베’에 대한 정치적 구상이 시작되고 있다. 이번 개각은 그동안 아베 총리가 신임했던 후계자들이 차기 대권을 바라보고 경쟁에 돌입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당 총재직을 3연임까지만 허용한 자민당의 당규에 따라 아베 총리는 공식적으론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포스트 아베’를 향한 대표적인 후보군으로는 아베파(派)의 고노 다로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등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후보 선호도 1순위로 떠오르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둘째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가 환경상으로 입각되면서 또 다른 강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번 개각은 ‘포스트 아베’에 대한 무한 경쟁을 통해 차기 일본 리더십의 향방을 전망할 수 있는 측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