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지역 문화’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사회학에 ‘문화지역’ 개념이 있다. 특수한 문화 특성을 공유한 집단이 일정한 지역에서 경관을 변화시킨 공간 범위를 말한다. 정치 사회적, 경제적으로 하나의 단위로 구획된 지역이다. 또 사람들 사이에 추상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지역 정체성과 연관돼 획정되는 등질(等質)의 문화요소를 공통적으로 갖는 지역이다.

‘문화지역’을 나누는 것은 복잡한 현상들을 가지런히 정렬하고 단순화 시켜서 그 지역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목적에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지역의 역사박물관이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이 한 지역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지역역사박물관이다. 그런데 인구가 50만 명이 넘는 포항시에는 역사박물관이 없다.

포항시와 규모가 비슷한 경남 진주시와 전북 전주시에는 국립역사박물관이 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이미 1984년 개관했고, 국립전주박물관은 1990년 문을 열었다. 벌써 수십 년 전에 비슷한 규모의 시들이 국립역사박물관을 보유한 것이다. 경북과 가까운 강원도에는 포항시 보다 훨씬 적은 인구 규모의 도시들이 시립역사박물관을 운영 중이다.

인구 28만 명의 춘천시는 2002년, 21만 명의 강릉시는 1998년, 8만 명의 속초시는 2005년, 6만7000명의 삼척시는 2000년 각각 시립역사박물관을 개관했다. 인구 34만 명의 원주시는 2001년 문을 연 연세대 원주박물관이 역사유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전시하고 있다. 이들 지역역사박물관에는 국보 유물을 찾아보기 어렵고 보물급 유물들 몇 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알뜰하게 유물을 모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은 연구와 전시는 물론, 관광과 교육, 문화행사 등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갖고 있다. 포항시에는 지난 1989년 신광면에서 발견된 국보 제264호 ‘냉수리 신라비’, 2009년 흥해읍에서 발견된 국보 제 318호 ‘중성리 신라비’와 칠포리 암각화, 고인돌 300여 기 등 선사시대 유적과 신라, 조선시대 역사 유물을 비롯한 수많은 유물들이 있다. 포항시는 거창한 환동해박물관도 좋지만 포항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포항시립역사박물관부터 건립해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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