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 후 가장 긴 거리 이동, 노약자·장애인 등 불편 겪어
구조적 문제 아쉬움 토로…KTX산천은 출입구 앞 정차

지난 10일 대구 동대구역 특실에서 내린 이용객들이 100여 m 떨어진 역사 계단·에스컬레이터로 걸어가고 있다. 전재용 기자
“KTX 특실부터 출입구 계단까지 거리가 꽤 멀죠. 늦더위에 새삼 불편함이 느껴지네요”

고향인 대구에서 추석 연휴를 보낸 직장인 김모(31)씨가 서울행 KTX 열차 탑승장으로 이동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명절 기차표 예매에서 일반석을 구하지 못했던 김씨는 15일 예약취소 표가 나오면서 어렵게 기차표를 예매할 수 있었다. 일반석보다 40% 비싼 특실이지만, 서울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 없이 구매를 결정했다.

하지만, 특실 탑승구역으로 향하며 예상하지 못한 불편을 겪었다. 부모가 싸준 음식부터 생활용품까지 담긴 큰 가방을 들고 특실 탑승구역까지 약 100m 걸어서 이동한 것이다. 이마에 맺힌 땀을 손으로 훔친 김씨는 다음 명절에는 역사 출입구에서 가까운 좌석을 예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오후 2시 20분께 동대구역 7번 탑승장에 도착한 포항행 KTX 463 열차 3호 차에서 내린 60대 부부도 긴 이동 거리에 쓴웃음을 지었다. 명절을 앞두고 미리 자녀들 집에 들러 손주 2명을 데리고 고향에 온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자녀들이 손주들의 명절 기차표까지 구하지 못해 미리 손주들을 데리고 왔고, 특실을 이용했다. 바퀴가 달린 여행용 가방에 손주 한 명을 태운 할아버지는 열차에서 내린 지 10분이 넘어서야 출입구 계단 옆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지난달 25일에는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동대구역 탑승장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났다. 이날 김 이사장은 경북대학교 병원과 업무협약을 위해 KTX 특실 2호 차(장애인석 포함)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소아마비 장애가 있고 10여 년 전 추락사고를 겪어 다리가 불편한 그는 역사까지 긴 거리를 도보로 이동하다 부상을 입었다.

서울 출장이 잦은 대구 모 대학병원 간부 A씨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하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일반실보다 비싼 요금을 주고 특실을 이용하는데도 하차 후 가장 많이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역사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찍 도착해도 사람이 몰려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많다”며 “에스컬레이터와 가까운 일반실 12호 차를 더 선호한다”고 했다.

KTX는 2∼4호 차가 특실이다. 일반실보다 40%(대구-서울 기준) 비싸지만, 역사로 가기 위해서는 일반실 이용객보다 더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특실 2호 차는 장애인석까지 포함돼 있다.

코레일 대구본부는 2004년 고속열차 KTX를 처음 운행할 당시 수입한 열차를 그대로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열차 구조상 특실 좌석을 옮길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TX 이후 도입된 KTX 산천행 경우 3호 차와 13호 차가 특실인데, 13호 차는 역사로 향하는 계단·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정차한다”며 “이 같은 점을 알고 이용하면 특실 이용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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