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과 짧은 대화후 각자 폰으로 게임·영화 등 즐겨

추석 연휴가 끝난 뒤 황지영(27·가명)씨의 기억에 남는 건 ‘스마트폰’만 쳐다보던 사촌 동생들의 모습뿐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서로 ‘얼굴’을 보고 근황을 물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중·고등학생 사촌들은 물론이며, 얼마 전 돌잔치를 가진 조카마저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동영상이 끝나면 울음부터 나온다.

잠깐 이야기를 하자고 불러도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결국 시선은 스마트폰으로 되돌아간다.

대화 상대가 마땅치 않았던 황씨는 결국 스마트폰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황씨는 “친척 집 방안에서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며 명절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며 “분명 사촌들과 한 자리에 함께 있었지만 혼자서 평범한 주말을 보내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쏟아내는 만화·영화·게임 등이 명절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친척들끼리 모여 얘기를 나누거나 화투를 치는 어른들을 구경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메꿨다.

한국인의 스마트폰 이용은 3세 이하의 영·유아부터 65세 이상 노인들까지 전 연령대에서 늘어나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과의존’(중독) 증상을 겪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2018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9∼17세 아동의 스마트폰 과의존 수준은 5.8%가 고위험군, 27.9%가 잠재적 위험군으로 과의존 위험군은 3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 3명 중 1명이 스마트폰에 중독된 셈이며, 지난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약 30%)보다도 다소 늘었다.

특히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에 속한 청소년들은 남자 아동일수록, 수급가구 아동일수록,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스마트폰 과의존’이란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빈번한 활동이 되면서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몰입할 경우 즉각적인 현상에만 반응하고, 조금씩 변화되는 현실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에 무뎌지는 ‘팝콘 브레인’과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과의존하도록 만드는 요소들 중 가족이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가족관계에 문제를 느낄수록 대인관계 만족도가 낮아지면서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소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마트폰에 더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아동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 전반에서 부모의 정신건강은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의존을 막기 위해선 아동의 정신심리 건강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계를 구축해 아동의 정서불안, 과잉행동장애 등에 대한 심리정서적 지원서비스의 제공을 보편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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