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저촉받지 않지만 옥오광고물법상 엄연한 불법
"행정관청 수장으로 불법 안돼" 대구 수성구청장은 인사 포기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15일 대구 수성구 용지네거리와 범물네거리에 지역 국회의원과 대구시장, 총선 출마예정자 등의 명절 인사 현수막이 우후죽순으로 내걸려 있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의 현수막은 자취를 감췄다. 박영제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전후해 대구지역 주요 교차로 등지에는 불법 현수막이 점령했다.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대구시장과 기초단체장, 시·군·구의원, 내년 총선 출마예정자까지 명절 인사 현수막 전쟁에 가세했다. 자신을 알리기 위해 얼굴이 들어간 사진까지 새겨넣는 건 다반사다. 기초의원의 경우 동네마다 3개 이상씩 현수막을 내걸기에 그야말로 ‘명절 현수막 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수막 게시행위는 공직선거법의 저촉을 받지는 않지만, 옥외광고물법상 엄연한 불법이다.

익명을 원한 한 대구시 의원은 “명절에 지역주민들에게 인사를 위해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너도나도 현수막을 내거는 상황에서 합법이나 불법을 따질 수는 없다”고 했다. 내년 총선 출마 예정자는 “정치신인에게는 명절 현수막이 절호의 기회”라면서 “불법이라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달랐다. 올해 추석 명절부터 인사 현수막을 일절 달지 않았다. 김 구청장은 “불법 현수막을 단속하고 철거하는 행정관청의 수장이 불법 현수막을 달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치인들로서는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릴 절호의 기회가 명절 때인 만큼 현수막을 붙이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구청장이 뭐가 잘났다고 주민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느냐’고 비난할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미풍양속이라고 넘기기에는 도가 지나친 불법 현수막을 구청장이 나서서 붙인다는 게 더 비상식적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장병목 수성구청 광고물팀장은 “구청장부터 불법 대열에 합류하지 않는 선택을 해줘서 힘이 난다”면서도 “연휴 끝날인 오늘(15일)부터 열심히 불법 정치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지만 한정된 인력으로 역부족이다. 명절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내건 불법 현수막과 씨름하는 일이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앞으로는 각 정당이나 소속 정치인, 단체장, 시·군·구의원이 협의를 해서 합동으로 명절 인사 현수막을 다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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