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화장실 청소 담당 심만자 여사
학생들 8교시 수업하듯
여덟 개나 되는 화장실 혼자
오십 분 뻘뻘 땀 흘리고
십 분 종소리에 맞춰 숨 돌리는
고3보다 더 고3 같은 우리 만자 씨
삼십 년 부산역 열차 닦다
인공관절 해 넣고 잘렸다는 만자 씨
어쩌다 차 한잔에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세상사람 다 고마운 만자 씨
훗날 하느님 앞에 가면
평생 지구만 닦다 왔구나, 칭찬받을
닳고 닳은 몽당비 한 자루

<감상> 우리는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을 얼마나 천하게 여기는가. 학생들도 화장실 청소하는 여사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경우를 종종 본 적이 있다. 어른들이 그러하니 청소년들도 따라 하는 것이다. 농토를 일구고 곡식을 심는 일조차 “나는 저런 천한 일을 한 적이 없다.”라고 자랑삼아 이야기하지 않는가. 정작 고등학교 교사이자 시인은 노동에 대한 가치를 아는 분이자 오히려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가짐을 심만자 여사에게 배운다. 세상사람 다 고마워하여 그 이름도 심만자(心滿子)가 아닌지. 하느님이 언제 어디서 가난하고 힘없는 자를 자기 말밑에 두려 했는가. 오히려 섬기지 않았는가. 훗날 하느님은 닳은 몽당비 한 자루를 칭찬할 것이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부자가 하늘나라에 가는 것보다 쉽다“라고 하지 않았나.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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