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시대의 이상주의를 버리고 실용주의적 태도를 취한 한나라의 한비(韓非)가 남긴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모순(矛盾)’이다. 초나라 사람이 창과 방패를 팔았다. 그는 먼저 그가 팔고 있는 방패가 어떤 창도 다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는 그의 창이 어떤 방패도 다 뚫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사람이 물었다. “당신의 창으로 당신의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됩니까?”

조국 법무부 장관이 창과 방패를 파는 상인의 모습이다. 조 장관은 ‘진보’를 자신의 상품으로 했던 대표 폴리페서였다. 교수 시절 그는 온갖 현안들에 대해 시시콜콜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그가 과거에 했던 발언들이 지금 자신과 관련한 논란에 대입하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조적조(曺敵曺·조국의 적은 조국)’라는 조어가 생겼다. ‘부모 특혜’, ‘대입용 외고 폐지론’, ‘논문 기본 필요’, ‘경제상태 중심 장학금’, ‘위장전입 시민 마음 후벼 파는 일’ 등의 발언을 한 조 장관은 ‘모순적 인물’의 전형이다.

조 장관은 2009년 저서 ‘보노보 찬가’에서 “대한민국은 어린이들에게 주식·부동산·펀드를 가르친다”며 대한민국이 돈을 최고로 여기는 세속적인 곳으로 묘사했다. 이 같은 발언처럼 조 장관 일가(一家)의 일명 ‘조국펀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급기야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구속됐다. 검찰은 ‘조국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를 설립하는 데 조 장관 아내 정경심의 자금이 흘러들어 간 사실을 확인해 수사 중이라 한다. 조 장관의 딸과 아들이 펀드에 수억 원을 투자 약정한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의 언행을 타인과 공동체에 끼치는 영향에 따라 선과 악, 위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위선(僞善)은 자신의 실제 모습은 덮어 감추고 다른 사람에게 보일 자신의 겉모습 즉, ‘페르소나(persona)’를 그럴듯하게 치장하는 일종의 기만행위다. 진보하지 않는 진보의 모순과 위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데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같은 진보 지식인이 위선의 편에 서서 조 장관 임명이 개혁을 위해서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개혁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도덕성과 언행일치, 그리고 국민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 하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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